14일 열림 1200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양은미 기자)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14일 열린 1200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만 배울 것인가. 1200차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할머니들의 역사, 이것이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열린 1200차 수요시위는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윤 대표가 말했듯 24년 전 용기있게 거리로 나와 일본의 사죄를 외쳤던 할머니들은 자랑스러운 역사이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평화로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돼, 이날 1200차를 맞으며 단일 주제로는 세계 최장 기간 진행된 집회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열린 1200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연대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양은미 기자)

▶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있다.

1200차를 맞은 수요시위의 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진행했다. 할머니는 시위에 앞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기 앉아 사죄하라, 배상하라 외쳤다”며 “지금은 세계의 여성들을 위해 평화를 위해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제캠페인을 위해 유럽을 방문했던 김복동 할머니도 “방방 곳곳을 다니며 억울한 사람을 돕자며 나비가 되어달라 호소했다. 각국 나라에서 나비가 훨훨 날고 있다”며 참석자들을 향해 힘을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할머니들은 참혹한 전쟁과 식민지 지배 속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로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실을 알리고 있으며 나아가 여전히 전쟁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활동하고 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직접 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정부는 지지부진한 외교로 지켜보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할머니들은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냐”며 힘주어 외쳤다.

이날 김복동 할머니는 “수요시위가 1200차가 되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 늙은 할머니들을 고생시켜야 되겠나”며 정부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할머니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 윤 대표 역시 “지난 1200차가 되기까지 피해자들이 길거리에 서서 직접 사죄하라 배상하라 요구해야 하나. 이 땅의 정의는 어디로 가있는 것인가”라며 “정부가 나서서 우리 피해자들을 위해서 우리 문제에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해야 마땅치 않냐”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14일 열린 1200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나비들이 걸려있다. (사진=양은미 기자)

▶ 국정교과서 추진 정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 달라"

종전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일본은 전쟁범죄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보법안을 통과시켜 ‘전쟁 가능한 나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교과서의 역사 기록에만 집중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1200차 수요시위에서도 나왔다.

지난 2013년 친일미화와 역사왜곡으로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에는 “현지 위안부와 달리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내용이 기술돼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편찬될 국정교과서와 관련 위안부 문제 등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윤미향 대표는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 국회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청산되지 않은 역사와 정의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정의사회의 구현이며 통합은 그렇게 만들어진다”면서 “통합은 국정교과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통합을 이유로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것을 겨냥해 꼬집었다.

14일 열린 1200차 수요시위에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석했다. (사진=양은미 기자)

또한 연대발언에 나선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전쟁)범죄를 합리화하고 일본이 잘했다는 것을 우리가 편들도록 하는 것이 국정 역사교과서"라며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폐륜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사과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런 내용을)교과서에 기록하고 앞으로 일본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인류 앞에, 우리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할머니들의 노고가 꽃이 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도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 정부와 똑같이 박근혜 정부도 자학사관을 청산하겠다며 역사 교과서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아베 정부의 역사왜곡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문 대표는 “곧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의 역사왜곡을 막고 우리 할머니들의 명예를 찾아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요시위에 모인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정부는 헌재판결에 따른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의무를 즉각 이행하고, 국정교과서가 아닌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통해 올바른 역사 교육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