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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박근혜·유승민'…냉정과 열정 사이
임효정 기자 | 승인2015.07.07 19:03
결국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표결이 무산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마자 바로 입장을 뒤집으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폐기 되게 되었다. 야당과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유승민 새누리당 대표와 이런 유승민 원내대표의 행보를 마뜩잖게 여기던 박근혜 대통령의 싸움에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다. 현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완벽한 패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유승민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박 대통령의 뜻대로 국회법 재의결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원조 친박’에서 박 대통령에 찍힌 ‘정치적 배신자’가 되기까지. 유승민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10년의 애증 관계의 내막에 대해 짚어 봤다. <편집자 주>

‘원조 친박 ’ 유승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원조 친박’이다. 유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는 10년 전인 2005년 1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던 유승민을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하면서 부터다. 비례대표에 초선의원이던 유승민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것을 인연으로 유 원내대표는 친박 세력에 들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으로 불렸었다. ⓒ 유승민 공식사이트

이후 2007년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 경선이 열리자,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맞붙었다. 이 때, 친박의 좌장 격인 유승민은 박근혜 캠프의 정책메시지단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박 대통령 캠프의 정책메시지단장을 맡은 유승민은 경쟁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은닉과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패배, 이때부터 둘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정계의 시각이다.

유승민의 ‘자기 정치’ 실현을 통한 ‘정치적 배신’
그리고 2012년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바꾸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은 “정체성이 없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며 대립 구도에 섰다. 이때부터 유승민은 ‘멀박(멀어진 친박)’으로 통했다.

이렇게 멀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선 18대 대선에서도 유승민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지 못하고 캠프 내에서 겉돌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선에서 승리하고 유승민 또한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자력으로 원내대표 자리에 우뚝 서면서 불편한 조우를 이뤘다.

이렇게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내뱉었던 대표적인 자리가 바로 올 해 4월 8일 있었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다. 이 연설로 인해 유 원내대표는 야당으로부터는 ‘최고의 연설’이었다는 극찬을 듣지만, 여당과 청와대로부터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는 정치인생에서의 첫 대표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창조경제는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정조준해서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을 다시 읽어본 결과, 134조 5,000억 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이 22조 2,000억 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해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박근혜정부의 노동·금융·교육·공공 등 4대 부문의 개혁에 대해서는 후하게 평가하면서도 3년 내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건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야당의 정책만을 겨냥해 비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당의 정책도 거침없이 비판한 것이다. 또한,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전 현직 대통령의 핵심 의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유 원내대표는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 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현재의 ‘저부담·저복지’ 정책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동체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해법이 바로 ‘중부담·중복지’다. 유 원내대표는 이 정책을 실현하게 되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서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여권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유 원내대표의 선언을 두고 ‘유승민식 제3의 길’ 즉,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노선’이라는 일부의 시각이 뒤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연설 후,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개인 소신을 담아 그동안 해온 얘기를 재차 언급한 것”이라고 말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유 원내대표를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중부담·중복지’와 같은 주장은 같이 고민하자는 뜻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해, 유 원내대표의 입장과 새누리당의 입장이 같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하거나, 박 대통령이 듣기에 거슬릴 만한 쓴 소리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 말하고, 청와대에서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표현들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또, 유 원내대표는 야당과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를 명시한 합의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던 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과 합의해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법안인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킨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한다"며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사실상 국회법 개정안으로 대통령 권위에 도전한 것으로 판단, 유승민 원내대표를 정조준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배신자’로 불리며 ‘친박’ 세력으로 부터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 .

유승민의 ‘굴욕적’ 사과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는 곧 바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수차례 사과한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매우 강한 말로 정치권을 비판했고, 또 여당 원내대표인 자신에 대해서도 질책의 말을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 청와대

이어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서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박근혜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라며,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의원들 전원이 새로운 마음으로 힘을 합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런 유승민 원내대표의 공개적 사과를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굴욕적"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여기에 ‘친박 세력’까지 가세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친박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은 ‘유승민의 정계 은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비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 본인이 사퇴할 입장이 없음을 내비치면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갈등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됐다.

‘국회법 개정안’ 자동 폐기
그리고 7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표결에 새누리당이 불참하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은 무산됐다. 이로써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가 종료됨과 동시에 자동으로 폐기되었다. 그리고 본회의가 종료된 후에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뒤따랐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취를 표명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갈수록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 구도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가깝게 생각했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에서 완전히 멀어져, 이제는 정치적 ‘배신자’의 반열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신’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생각으로 인해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누구보다도 심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라 판단하면 곁에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시 ‘친박’으로 돌아 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다. 유승민 원내대표 또한, 자기 고집과 소신이 강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한 번 고개 숙였으나, 정계은퇴라는 사형선고마저 뿌리치고 버티기에 들어 간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제 정치생명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도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대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나 완전히 백기를 들 것인지, 끝까지 저항 할 것인지 살엄판 같은 두 사람에게 정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임효정 기자  hyojeong@media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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