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면전에 나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3일 처음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관련해 전면 대응에 나선바 있다. 3일, 박 시장은 서울시와 서울시 의사회·약사회·간호사회 등 관계기관, 감염병 전문가들이 참여한 메르스 관련 민관합동점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 하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때”라며,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밝히지 않고 있는 정부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메르스 예방법이나 의심 증상에 대한 신고 방법 등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24시간 메르스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정보의 부재로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관련 민관합동점검회를 가졌다. ⓒ 박원순 시장 블로그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긴급점검회의를 가졌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5월 20일 이후 13일 만이었다. 그 동안 메르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8명에 육박하고, 확진자와 격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사망자 수를 15명이라고 잘못 말했고, 청와대에서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박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을 삭제하는데 급급한 모습만을 보이며, 과연 박 정권이 메르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박원순 시장, 긴급 기자회견
그리고 6월 5일 밤 10시 40분. 자신을 ‘서울시 메르스 방역본부장’이라고 지칭한 박원순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서울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종합 병원 의사가 1천여 명의 시민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박 시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6월 1일 서울시 소재 35번 환자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35번 환자는 14번 환자와 접촉한 의사로, 5월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이 시작되었고, 5월 30일에는 증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번 환자는 5월 30일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고, 이 때문에 이 날 행사에 참여한 대규모의 인원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35번 환자는 이틀 동안 여러 곳에서 동선이 확인되었고, 그만큼 전파 감염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서울시는 1,565명 혹은 그 이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생각해 이들에게 해당사실을 알리고, 추가적인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본부 등에 사실 공표 및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35번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고, 동선은 물론 1565명의 재건축 조합 행사 참석자들의 명단도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 또, 보건복지부에서는 1,565명의 재건축조합 행사 참석자들을 ‘수동감시’ 하겠다는 의견을 서울시로 보내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수동감시’ 수준의 미온적인 조치만으로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참석자 명단을 해당 조합원으로부터 입수한다. 서울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인식 하에, 서울시 자체적으로 해당 사실을 시민 본인에게 개별통보하고 확산 방지를 위해서 스스로 자택에 머물러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을 세운다. 더불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일반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35번 환자의 5월 30일 이후의 이동 동선을 지도화 하여 빠른 시간 안에 공개할 것임을 밝혔다.

▲ 박원순 시장이 밤 10시 4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원순 시장 블로그

그리고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 시간 이후부터는 직접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본격적인 메르스와의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박 시장의 이 기자회견 이후, 메르스 관련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 동안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없어 두려움에만 사로잡혀 있던 시민들은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해 환영함과 동시에 정부에 대해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박원순인가요??”라는 글을 올려 메르스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공포는 무지에서 오고, 무지는 정보의 결핍에서 온다”며, “사회적 패닉을 없애려면, 정보부터 제공하고, 시민들이 공개된 정보에 따라 이성적으로 행동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혀 메르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박비어천가’로 전락한 청와대 브리핑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 대응 관련 행보를 보면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이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6월 14일 메르스로 인해 경제 피해를 입은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한다. 그런데 이 날 박 대통령이 동대문 시장을 방문한 후, 청와대 홈페이지의 브리핑 코너에 올라온 글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 준 꼴이 됐다.

▲ 박근혜 대통령이 동대문에서 선물받은 브로치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달고 나왔다. ⓒ 청와대

청와대 측은 “시민들은 연신 휴대전화 셔터를 눌러대며 촬영을 했고,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대통령을 보여주기 위해 안거나 목마를 태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진 촬영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뻐하기도…”라는 말을 언급해 박 대통령이 메르스 피해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방문한 것인지, 아니면 박 대통령의 인기도를 점검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한 것인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또, 박 대통령은 동대문 상점가에서 원피스와 머리끈 등을 구입했다고 알렸는데, 보수와 진보 언론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로부터 따끔한 질책을 들었다. 메르스로 인해 침체된 경제와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보다는,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대통령의 검소함’을 강조하는 모습만을 보였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 최고위원 또한 “우리 국민들이 메르스 격리로 인해서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진 날에 대통령이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피스도 사고 머리끈도 사고 브로치도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청와대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로서 정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안일한 발상과 인식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메르스에 따른 지지율 격차
이렇게 메르스 관련한 대응에서 다른 행보를 이어가던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은 달라진 지지율을 보여준다. 6월 22일까지 총 33번의 메르스 관련 대응을 가진 박원순 시장은 차기 대권 주자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한국갤럽이 6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 대해 물은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7%로 1위를 차지한다. 문재인, 김무성, 안철수 등 여야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큰 격차로 1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는 박 시장의 메르스에 대한 발 빠른 대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 한국 갤럽

반면, 22일까지 단 8번의 메르스 관련 대응을 보여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게 된다. 한국갤럽이 6월 셋째 주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선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즉, 29%의 지지율을 보이며 취임 후 최저치의 지지율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메르스에 대한 미숙한 대응’을 꼽았다.

이렇게 여론 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게 되자 박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을 겨냥해 “중앙방역대책본부로 창구를 일원화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 역시 브리핑을 통해 “박 서울시장의 어젯밤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며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과 싸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14일, 검찰에 의해 의료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이하 의혁투)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의료단체로 알려진 의혁투가 지난 6월 5일 “박원순 서울 시장이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수사를 의뢰해, 사건을 명예훼손 전담 부서인 형사1부에 배당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최대집 의혁투 공동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허위사실을 퍼뜨려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메르스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에 괴담에 가까운 유언비어를 유포해 국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단체는 박 시장을 고소한 날짜 이후인 14일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원순 시장을 고소하기 위해서 급하게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의혁투 정성균 공동대표는 의혁투는 의료현실의 개혁에 뜻을 같이 하기 위해 약 1년 전부터 단체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해 왔고, 구체적인 일정과 단체 설립 진행 역시 올 4월부터 시작해 지난 14일 발족식을 갖었다며, 발족식 장소도 박원순 시장의 긴급 발표가 있기 전인 3일 예약을 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 설립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보복성 수사' 비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의사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15일 검찰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며 수사를 받아야할 곳은 무능력한 정부와 보건당국자이지 진실을 밝힌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김 수석대변인은 안이한 인식과 대처로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킨 정부의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허위사실 유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야당 자치단체장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보복성 수사’라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사태가 조속히 종식되기를 기대하며 정부가 지금은 사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책임론을 최대한 자제해왔는데, 적반하장으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박원순 시장을 수사하겠다고 나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고발이 들어와 수사를 한다는데, 보수단체의 고소·고발에 이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기획 수사와 야당 탄압의 공식이 된지 오래”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실을 밝힌 박원순 시장이 부당하게 탄압받는 일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주장하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는 이유는 박 시장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반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위기론’ 혹은 ‘조기 레임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2년 6개월 정도의 긴 기간의 임기가 남아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앞으로 박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탄력을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정권과 여당에 돌아선 민심은 차기 대선에서 야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박원순 시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은 박원순 시장의 신속하고 투명한 메르스 대응책으로 인해 안정을 찾고, 일상으로 복귀해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메르스도 확산 보다는 점차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기 보다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만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에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