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임을 재차 확인했으나 사망 시점과 사인은 판명하지 못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분원에서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브리핑 중인 서중석 국과수 원장ⓒ뉴시스

국과수는 지난 22일 오전 1시 순천 장례식장에서 유 전 회장 추정 시신에 대해 검안을 시행한 후 재부검 결정했으며, 같은 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분원에서 시신훼손 없이 초정밀 영상부검이 가능한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 등으로 사전 검사하고 부검했다.

분석 결과, 키는 159.22cm ± 3.80cm였고, 좌측 대퇴골 길이는 40.3cm로 유 전 회장과 일치했고, 유 전 회장의 치과 주치의와 외부 자문교수를 통해 왼쪽 둘째 손가락 뼈 결손, 넷째 손가락 일부 변형, 금니 2개·아래턱 치열 등 치아상태 일치 등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다시 확인했다.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 확인을 위해 유 전 회장의 간과 폐, 근육 등을 일반독물과 마약류, 케톤체류 등으로 감정했으나 간과 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고, 근육은 케톤체류에만 음성 반응이 나타났다. 뱀 등 맹독성 동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돼 배제됐다.

목이 눌려 질식사했거나 지병으로 인한 사망, 구타 등 외력에 의한 사망 등도 염두에 두고 분석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되고 내부 장기가 소실된 탓에 사인을 판명하지 못했다.

▲ 브리핑 중인 서중석 국과수 원장ⓒ뉴시스

또한 시신에서 미량의 알코올류가 검출됐으나, 이는 일반적인 부패 조직에서 검출되는 것 이하라는 설명이다.

서 원장은 "부패에 영향을 주는 습도와 온도가 장소와 계절 등에 따라 상이해 사망 시기를 확정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구더기나 섭취했던 음식물 상태로 간접적으로 밝히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는 그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시신 사진 상으로 봤을 때 구더기와 번데기 등에 의한 부패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시신 주위에서 발견된 술병에서도 국과수의 분석 결과, 유 전 회장의 유전자가 검출됐고 다른 병에서 에틸알코올 양성 반응을 보였을 뿐 특이한 약독물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국과수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인계 당시 이미 목과 몸이 분리돼 있었고, 유 전 회장 외에 타인의 지문이나 DNA는 발견되지 않았고 누군가 시신을 잡아 끈 흔적도 없었다.

반듯하게 누워있던 시신과 18일여의 기간에 비해 상당히 진행된 부패 상태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변사체 체위로 자살·타살 여부를 판명하는 것은 어렵다. 사망 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현장 사진만 보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라면서 "법의학 경험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내) 시신 훼손 정도는 합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유 전 회장의 사인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시신은 유가족에게 인계되지 않고 당분간 국과수 시설에서 보관하며 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