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1월 19일, 대검 중수부는 세종증권 매각과 휴켐스 인수를 둘러싼 비리의혹과 관련 세종캐피탈을 압수수색 했다. 2011년 1월 27일까지 약 2년 2개월간 온 국민을 상대로 공연한 ‘박연차 게이트’의 막이 올라간 것이다.

# 이 박연차 게이트에 등장하는 인물은 상당히 많다. 구조도 얽히고 설켜 매우 복잡하며 복잡한 구조 덕분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분간을 할 수도 없을지경이다.

각종 설들이 어지럽게 떠돌고 검찰의 예리한 칼이 춤추는 가운데 누구는 오랏줄을 받고, 또 누구는 “책을 읽을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다!”며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을 하는 형국이다. 

# ‘제목의 인물’ 박연차 문제만 남겨두고 사실상 막을 내린 이 극은 다른 극과는 달리 주인공이 따로 없는 이상한 극

각각 모두가 주인공일 수도 있고, 모두가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는 극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극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극이 진행되면서 극의 흐름이 여러 번 수정되는 일을 겪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극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을 의식했거나, 아니면 극의 ‘그때그때 다른’ 특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선 이 극은 무대앞줄에 21명이 각종 죄목으로 등장한다 그 뒤에는 검은 외투를 두른 검찰이 조명을 반쯤 받으며 날카로운 큰 칼을 비켜들고 섬뜩하게 서 있다. 그 뒤엔 누가 서 있는지 어두워서 안보이나, 기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등장한 21명 중 19명에게 확정 판결이 내려지고...

이 19명 중 17명이 유죄가 선고된다, 남은 2명에게는 죄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이 2명은 뛸 듯이 기뻐한다. 반면, 유죄를 받은 등장인물들은 ‘편파’라고 외친다. 이상하게 유죄를 받았음에도 빙긋 웃는 인물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객석이 시끄러워지고 극이 재미가 없다고 극이 극적인 부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환불하라고 아우성이다. 이미 결론을 짐작할 수 있는 극은 극이 아니라는 이유.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관객들이 이 극의 제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주제마저도 얼마든지 바꿔도 된다는 데 재미가 있다고 한다.

원래의 제목은 분명 ‘박연차 게이트’였지만, 관객들이 객석의 어느 쪽에 앉았느냐에 따라 제목은 얼마든지 달리 붙여도 된다고 한다. 붙을 제목이 ‘편파’인지 ‘유착’인지 ‘부끄러움’인지 ‘축하’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관객은 혼란스럽다. 

# 드디어 ‘박연차 게이트’가 막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났고 이제 남은 극은 4월 27일 재보선만 남았다. 이번은 관객이 실제 주인공인 극이다. 이 극은 아마도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연출될 극 일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인 관객이 문제다. 아주 심한 혼란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여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