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의 어느 평일, 햇살이 내리 쬐는 마당 한가운데 천에 뒤덮힌 건축페기물이 놓여 있다.

 펜스 넘어 나비, 새 날아 들어

그리고 친교실로 사용되어 왔던 공간에서는 평일임에도 많은 교인들이 기도회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 해 12월 25일 이후 개혁 측 교인들이 강남 예배당에 장막을 친 이후 계속되어지고 있다. 새벽 5시를 시작으로 오전 10시, 오후 2시, 그리고 밤 8시. 네 번에 걸쳐 이어져 오는 이들의 기도회는 안수집사들에 의해 시작, 지금은 장로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오고 있다.

 

지난 해 12월 25일 이후 사랑의 교회 범 개혁 측의 전초기지가 된 강남예배당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사연을 담아내고 있다. 사랑의 교회가 말 많은 서초센터로 입당하자, 이를 반대하는 개혁 측 교인들이 강남예배당 마당으로 몰려들면서 크고 작은 충돌을 빚어왔다.

 

 

▲ 교회 내부에 온통 용접자국이 남아 지난 겨울 치열했던 양측의 충돌이 고스란히 상처로 남아 있다.

사랑의 교회는 초호화 예배당 건축을 시작으로 오정현 담임 목사의 박사 학위 표절 논란으로 교인 간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이에 오정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개혁 측 성도들의 금요 마당기도회가 이어지면서 세를 불려왔다.

 

매주 금요일 강남예배당 마당은 개혁 측 성도들의 기도회가 시작되었고, 교회 측도 이에 미스바 기도회로 맞대응했다. 이들의 충돌은 사랑의 교회가 서초센터로 입당하면서 일단락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서초센터의 화려한 입당 당일, 허탈감에 빠진 개혁 측 교인들이 강남 예배당 마당으로 몰려들었다.

이때부터 강남예배당은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마당에 건축 폐기물을 쌓아 이들이 모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다. 그럼에도 매주 회를 거듭할수록 교인들은 마당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교회 측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차량 등을 교회 정문 등 출입구를 완전 봉쇄했고, 용역을 채용해 출입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몸싸움이 일기도 했고, 이로 인한 고소·고발 사건으로 지금까지 홍역을 앓고 있기도 하다.

 

또,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철근으로 사방을 둘러쌓기도 했으며, 용접으로 완전 봉인하기도 했다. 지금도 사랑의 교회 강남 예배당은 그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흉물처럼 남아 있다.

 

▲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사랑의 교회 강남예배당의 모습

처음 건축했던 지난 1986년 당시 사랑의 교회 강남 예배당은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숨어 있기도 하다. 우선 강남 한 복판에 교회가 들어서자, 주변 아파트 가격을 우려한 주민들과 마찰이 일기도 했다. 이에 담임인 故옥한흠 목사는 일일이 주민들과 대화를 이끌어 내 건축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하로 들어 간 예배당이다.

 

예배로 인한 소음을 걱정하는 주민들을 위해 지하로 들어 간 사랑의 교회는 완벽한 방음으로 소리를 차단했다. 그때까지 현대 교회에서 예배당이 지하로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전무후무했다. 마치 초대교회처럼 박해받는 기독교인의 심정을 이해하고 더 겸손하고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게 됐다는 것이 교인들의 후일담이다.

 

특히 건축비 상승에 따라 재활용되어 머릿돌이 된 빨간 벽돌은 교회의 정겨움을 더해주기도 했다. 이에 사랑의 교회 강남 예배당은 건축이 완공 된 이듬 해인 1986년 서울시 건축대상 부분 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개월 여 간, 강남예배당을 진입하려는 개혁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교회 측의 충돌로 교회는 곳곳에 수많은 흉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교회 측에 대항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개혁 측 교인들은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예배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범 개혁 측 교인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이미 초호화 건축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서초센터가 완공, 입당하면서 암운은 드리워지고 있다.

초기 공사비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서고 사실상 부채를 잔뜩 떠 앉은 서초센터도 현재 불안한 항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목사 박사학위 표절 논란 등으로 건축 헌금 조달에 애를 먹은 교회 측은 서초센터 부지를 담보로 한 대출에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는 시가 1,100억 원 대로 알려졌다. 이에 담보 최고 70%에 해당하는 650억 원을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중간에 일부 상환하기도 했으나, 오 목사 표절 논란 이후 악화된 재정으로 다시 대출 받아 현재 650억 원 그대로다. 또 알려지지 않은 대출이 또 있을 것으로 예상, 부채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개혁 측 교인들은 재정장부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사랑의 교회는 지난 해 오 목사 박사학위 표절 이후, 재정에 상당한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설교마저 표절의혹이 일면서 신뢰도에 상당한 흠집을 냈다. 여러 악재가 따르면서 교회는 헌금사정도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랑의 교회가 앉고 있는 부채는 1천억 대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거기에 헌금사정이 원활하지 않아 이자 등에 상당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회 측이 재정 등으로부터 부담을 덜기 위한 유일한 카드가 강남예배당을 처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교회 측은 강남예배당에 대해 공공재화하겠다 밝혔지만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른바 공공재화 한다며 용도변경을 통해 처분키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다. 물론, 당회 등을 거쳐야 하는 입장이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교회 측은 이를 위해 강남예배당 리모델링에도 어느 정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사업체 관계자 등이 강남예배당을 둘러보기도 했다.

 

 

강남예배당은 사실상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 시점, 이상한 현상들이 감지됐다.

특히 담임 목사 권력 강화를 위한 정관개정을 위한 당회가 지난 3월 연기됐다는 점이다. 공청회 등을 통해 정관개정에 박차를 가하던 교회 측의 당회 연기를 놓고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모종의 움직임이 아니냐는 희망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통한 관계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무한 대결로 치닫던 양 진영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선 정관개정을 위한 당회의 연기와 강남예배당 리모델링이다. 

 

교회 측의 밀어붙이기가 가능한 두 가지 사안 모두가 일시정지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정관개정의 경우, 바라보는 시각차가 존재하나 평화적 해결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를 일시정지 시킨 이들이 내부적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후문이기도 하다. 또, 강남예배당 리모델링의 경우, 공사업체와 교회 측이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공사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공사강행의 경우,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없으나 이도 현재 이렇다 할 진행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 펜스를 넘어 한 마리 나비가 노닐기도 하고, 작은 새 한 마리가 연신 드나 들어 작은 평화가 깃 들고 있다.

 

현재도 사랑의 교회는 양 진영 간의 대립이 뚜렷하다. 상호 비방에 서초센터에서의 금요마당기도회와 미스바 기도회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아닌, 평화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돼 귀추가 주목된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 진영이 충돌보다, 평화적 해결을 택할 것인지는 지켜 볼 일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 쬐는 강남 한 켠에 펜스에 둘러싸인 사랑의 교회 강남 예배당이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