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관순 열사 정신이 숨쉬는 천안 ‘매봉교회’ 전경

대체로 굴곡이 많은 우리나라의 역사지만 근대사는 그 어느때보다도 시련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시련은 우리땅의 마지막 왕조국가 조선이 외풍에 크게 흔들리면서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제너럴셔먼호 사건,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을 비롯 서양 열강들이 조선의 문호개방을 위해 무력적 위협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든 버텨왔던 조선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서양문물을 일찍 받아들여 ‘제국주의 열강’에 합류한 일제가 조선을 침탈해 국권을 빼앗은 것이다.

이에 30여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치욕의 식민지생활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총칼에 죽어갔으며, 다들 나라잃은 괴로움 속에 살아갔다.

하지만 무조건 나쁜 일만 벌어졌던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의 말씀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전파된 시기도 ‘시련의 근대’기 때문이다.

수많은 순교자가 발생했으며, 순교자 외에도 안창호, 여운형 등 수많은 민족운동가들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같은 이유로 당시 교인들 중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의 횡포에 사망한 인물들도 수없이 나왔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류관순 열사’다.

류관순과 매봉교회

류관순 열사의 부친인 류중권 씨는 사재를 털어 고향에 학교를 세워 교육운동을 전개한 계몽운동가였다. 일찍 감리교에 입교한 기독교인이기도 해서 마을 유지들과 협력해서 지령리 교회(현, 매봉교회)를 세워 교육, 계몽 활동에 힘을 기울인 인물이다.

류관순 역시 이러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형제와 함께 매봉교회에 출석하면서 하나님을 만났고 또한 애국애족 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이에 류관순 열사의 고향이자 활동했던 천안에는 그녀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관련 유적이 많이 존재한다.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 장터에서 서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류관순 열사 사적지가 보인다. 사적지 안에는 류관순 열사의 사당인 추모각과 동상, 초혼묘, 봉화탑, 매봉정수 등이 있다. 류 열사의 새 영정이 모셔진 추모각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한쪽에 자리잡은 방명록에 흔적을 남겨도 좋을 듯 하다.

추모각 바로 아래 왼쪽에는 물맛이 좋은 약수인 매봉정수가 있고, 매봉정수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 류 열사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초혼묘가 나온다. 초혼묘에서 잠시 시간을 가진 뒤 200m를 더 오르면 매봉산 정상 부근에 3.1 운동 당시 류 열사가 만세운동의 횃불을 올린 봉화탑이 자리잡고 있다.

봉화탑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병천면 용두리 생가지와 류 열사가 다녔던 매봉교회가 있다. 생가 안방에는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논의하는 모습을, 건넌방에는 태극기를 제작하는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놓아 생생함을 더하고 있다.

기독교 독립운동의 꽃

병천의 옛 지명은 지령리이며 마을을 둘러싼 산의 물이 흘러 이곳에 모인다 하여 순 우리말로는 아우내라고 불려졌다. 1899년 스웨러 선교사에 의해 이곳에 처음 복음이 전해지며 지령리 교회가 세워졌으며 샤프선교사와 사애리사(Mrs. Alise H. Sharp) 부인이 공주와 이곳을 왕래하며 선교활동을 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그후 1901년 박해숙 전도사가 이곳에 오면서 교회가 부흥되었다.

매봉교회는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에 처하며 상처받고 있을때 몸으로 나라사랑을 실천한 교회이다. 1905년 일본의 강압속에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이를 한탄하며 을사의병이 일어나 항일운동을 펼칠 때 매봉교회는 을사의병들을 뒤에서 도왔으며 1907년 국채보상운동으로 나라의 빚을 갚고자 할 때에도 주도적으로 활동하여 82명의 교인 명단이 대한매일신보에 실리기도 했다.

이렇게 교회가 주도적으로 항일운동에 가담하자 일본은 1905년과 1907년에 군대를 파견하여 두 번이나 교회에 불을 질러 교회를 탄압하였다. 그러나 교회는 다시 든든히 자리를 지켰으며 1907년 교회가 전소된 후 1908년에는 류관순의 아버지인 류중권씨와 조병옥박사의 아버지인 조인원씨가 힘을 모아 교회를 다시 건축하게 되었다.

일본의 탄압으로 교회가 두 번이나 불에 탔지만 매봉교회는 나라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고 1919년 3월1일 서울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을 때 지령리에서는 매봉교회의 교인이며 지도자인 조인원, 유중권, 조병호 그리고 류관순 등의 주도로 4월 1일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일으켰다.

18세 소녀 류관순은 아우내장터에서 벌어질 큰일을 앞두고 매봉교회 예배당 안의 십자가 밑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하나님 우리민족의 원수일본을 물리쳐 주시고 이땅에 자유와 독립을 주옵소서. 내일 거사할 각 대표들과 이 소녀에게 용기와 힘을 주옵소서.” 자신을 이화학당에 보내신 것은 오늘의 풍전등화와 같은 난국의 때를 위함이 아니냐는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께 드린 류관순은 소명감을 갖고 몇몇 동료들과 함께 어둠을 헤치며 매봉산으로 올라가 만세운동을 알리는 횃불을 높이 들어 봉화를 올렸다.

결국 이 만세운동으로 매봉교회는 일본군대에 의해 교회는 불타 없어지고 집회금지령으로 사람이 모이는 것조차 어렵게 되며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매봉교회가 이렇듯 독립운동을 주도하게 된 것은 기독교의 정신과 신앙,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민족독립운동에 열렬하게 참가하도록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병천 3.1운동은 물론 이 지역 6군에서 참가한 민족적인 운동이었지만 매봉교회의 운동이요 기독교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은 모두 믿음의 사람들이요 교회의 지도자였으며 류관순 역시 이런 매봉교회에서 신앙이 성장한 믿음의 사람이었다. 따라서 매봉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알고 몸으로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살아있는 민족교회이다.

민족을 위한 교회

매봉교회가 전소되고 해방이 되기까지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면서 교회가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해방 후 1962년 이화여고는 류관순을 기념하여 그녀가 살았던 지령리와 자매결연을 맺고 동창회의 후원으로 매년 성경학교와 봉사활동을 하다가 복음이 씨앗이 다시 뿌려져 이화여고가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1967년에 류관순 기념교회를 짓고 매봉교회라 명명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건물이 낡아지면서 1998년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와 충청연회에서 류관순 기념 매봉교회당을 짓고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매봉교회는 민족 앞에 자랑스러운 역사적인 사실을 안고 있으며 자부심을 갖고 사명을 다하고 있다. 또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아니한 믿음의 선진들을 기억하며 아직도 예배시간마다 나라와 민족과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 절제미가 담긴 매봉교회의 내부 모습

▲ 매봉교회 & 류관순 열사 생가 주소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유관순생가길 18-4 & 18-2

천안시 시내버스 430번, 431번  :  용두3리(유관순생가앞) 정류장

안종근 기자  ahnstory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