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제암리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은 일제의 탄압에 평화적 방법으로 항거하다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는 곳으로, 민족과 기독교인 모두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진출처=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홈페이지>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제암리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일제의 대표적 탄압 사건으로 알려진 ‘화성 제암리 사건’의 비극적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자, 기독교인들과 민족 모두의 성지인 곳이다.

민족독립의 열망이 한데 모여 분출된 지난 1919년 ‘3·1운동’은 당초 평화적 시위의 형태였지만 총칼을 동원한 일제의 탄압으로 피로 얼룩지고 말았다.

제암리 사건은 서울에서 시작된 3·1운동이 지방으로 확산된 이후 일어난 만세운동 가운데 일제에 의해 가장 잔인하게 탄압받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씨족 마을 형태의 작은 농촌이었던 제암리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기독교인들과 이에 협력한 천도교인 그리고 무고한 마을 주민들이 제암리 교회에 같힌 채로 학살됐다.

한반도에 기독교 발을 내딛은 이후 만천하에 그 영향력을 드러낸 3·1운동.

각지에 흩어져 있던 기독교인들은 연쇄적 만세 운동을 주도하며, 민족 자립의 열망을 드러냈다. 작은 농촌마을이었던 제암리의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들은 독립의 민족적 열망에 참여한 대가로 일제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되고 말았다.

비극적 학살

속칭 두렁 바위로 불린 작은 농촌 마을 제암리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은 지난 1905년. 아펜젤러의 전도를 받은 안종후가 개인집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 그 시작이었다. 주민 대다수가 안씨인 씨족 마을이었기 때문에 전도는 수월하게 이뤄졌고, 교인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911년에 이르러선 예배만이 목적인 초가 예배당이 만들어졌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있던 제암리의 기독교인들은, 1919년 서울에서 시작된 3·1운동을 계기로, 천도교인들과 합심하여 제암리에서도 만세시위를 벌일 것을 결의했다. 같은해 3월15일께부터 밤마다 뒷산에 올라가 봉홧불을 올리며 만세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

제암리 기독교인들의 주도로 만세 운동이 시작돼는 동시에 일본 경찰들의 잔혹한 탄압도 시작됐다. 일본군은 같은해 4월15일 1개 중대 병력 30여명을 제암리에 급파, 마을 사람들을 예배당으로 불러 모았다.

일본 군대는 교회에 모인 약 30여명의 기독교인, 천도교인들에게 만세 사건을 훈계하려던 태도를 취하는 듯 했으나, 이내 태도를 돌변하여 예배당 출입구를 박에서 폐쇄하고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교회는 아수라장이 됐고 일제는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일제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편 홍원식 권사가 교회당에서 총에 맞아 죽게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인을 현장에서 살해하였고, 어른들에 의해 감금된 어린애를 창밖으로 내보내며 "이 어린것만은 살려 달라"라 했을 때도 칼로 어린애를 찔러 죽이는 등 차마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를 자행하였다. 제암리 교회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마을 주민 노경태씨가 유일했다.

무차별 학살을 마친 일제는 교회에 석유를 붓고 불을 질러 시체들을 모두 태웠으며 제암리 30여촌 전 부락에 불을 놓았다. 그들은 이웃 마을인 고수리로 달려가 천도교인 김성렬을 비롯한 주모자 6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버렸다.

민족 위한 희생

▲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에선 민족 해방을 위해 적극적 사회 참여 활동을 해 온 그 시개 기독교인들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출처=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홈페이지>

이 사건이 서울에 알려지자 서울에 있던 언더우드(H.H.Underwood ; 元漢慶)는 사건 이튿날인 4월 16일 당시 주한 미국 영사였던 커디스와 함께 자동차로 제암리에 와서 참살 현장을 목격하고 그 보고서를 미국 선교 본부에 보냈고 4월17일에는 역시 스코필드(Scorfield)가 이곳에 와서 일경의 눈을 피해 가며 현장 조사와 함께 만행 현장을 사진 찍어 갔다.

또한 미국 기독교교회연합회(Federal Council of the Churches of Christ in America)에서는 이들 선교사들의 보고서를 편집하여 <The Korea Situation>이란 책자를 발행하였으며 앞서 언더우드와 함께 제암리 참살 현장에 갔던 <Japan Advertiser> 특파원은 제암리사건을 세계 언론에 여론화시키며 일제의 비도덕적인 만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방후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로 된 기념비가 옛 교회 불탄 자리 위에 건립되었으며 1969년에는 일본인 오야마 목사를 비롯한 일본인 기독교인들이 일본인들의 죄를 사죄한다고 하면서 조직한 ‘한국제암교회 소타사건사죄위원회가’ 모금한 800만엔으로 새 교회당을 마련하였다.

당시 교회를 지을 때 "일본인의 돈으로 교회를 세우는 것"을 반대하는 유가족 측과 교회측에 마찰이 일어나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였다.

현재 제암리 사건이 일어났던 자리에는 제암리 3·1운동 순국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선 사진과 증언을 통해 제암리 사건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당시 경기지역과 전국의 만세운동에 대해 자세히 확인 할 수 있다.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과은 일제 탄압에 저항해 온 우리 민족의 성지라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기독교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민족 해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한 그 시대 기독교인들의 희생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뜻 깊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