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년 10월 31일. 중세 사회의 개인의 삶과 미래를 장악한 가톨릭 교회의 쇄신을 요구하며 등장했던 한 개혁운동을 기억할 것이다. 종교개혁은 민중의 마음을 포착하여 역사를 움직인 근대의 서곡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 전쟁을 불러오는 전주곡이기도 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영국의 헨리 8세는 1534년 수장령(首長令, Acts of Supremacy )을 공표하고 로마 가톨릭 교회와 결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영국성교회(Anglican Church)를 설립한 후 종교개혁을 단행한다. 그로부터 8년 후(1542년), 칼뱅은 『교회규율』을 제정하고 제네바에 신정정치적 체제를 수립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갱신을 요구하며 루터에 의해 시작된 종교개혁은 루터교회, 영국성공회, 개혁교회(칼뱅) 등으로 분열되며 예상치 못한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 1530년대부터 시작된 종교 분쟁은 164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다. 이 분쟁들은 종교적인 열정 때문에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비뚤어진 신앙의 열정은 전쟁을 더욱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1618년부터 1648년까지의 ‘30년 전쟁’은 무차별한 학살과 잔인성으로 인해 불신앙과 종교에 대한 회의론의 원인이 된다. 이단이 공동체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적(상대 교파)들의 시체를 물속에 던져 넣는 일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행됐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공공의 적이 사라지거나 약화된 후 분열과 대립의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아왔다. 왜일까?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갱신’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무엇을 갱신하자는 이야기인가?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갱신을 외치고 있는 우리는?

적이 사라지는 순간 목적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스스로 자멸하는 우를 범할 것인가, 아니면 전열을 가다듬고 초심을 회복할 것인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초심을 잃는 순간 우리 자신은 갱신의 대상이 되고 만다. 갱신의 출발점이 어디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나’ 이어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갱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나는 진정 예수의 제자였나?” 반문해보자. 말씀을 붙들자. 그리고 말씀 아래 한데 모이자.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누가복음 6장 42절)

월간 디사이플 前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