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최근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동학대 사건에도 국민 법 감정과는 다르게 너무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3년 경북 울산에서 의붓딸을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 2014년 9월 시행됐다.

아동학대 특례법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할 경우 징역 5년 이상 최대 무기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학대 행위로 아동을 크게 다치게 한 죄인 아동학대중상해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 채 아동학대로 희생되는 아이들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아동보호기관 아동학대 예방 포스터

▶ 제대로 된 처벌이라도... 양형 기준 높여야

아동학대 특례법상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현행법과 제도가 아동학대의 안전장치로써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를 중심으로 단호하게 아동학대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령을 만들어 중대 범죄로 처벌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 유사범죄 발생을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 특례법에는 아동학대 치사로 사망에 이를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최대 무기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아동학대치사죄 권고 형량은 징역 4-7년으로 살인죄의 처벌 기준인 징역 10-1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법의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양형 수위를 현실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법령 신설에 대한 주장도 이어졌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아동학대치사죄만이 규정된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을 살해한 자에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여성변회는 성인의 주먹과 발은 피해아동에게 흉기와 마찬가지로 살인의 고의를 적극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법기관도 아동학대 특례법 등의 입법 취지에 맞게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29일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 구속 수사와 함께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해 중상해를 입힌 경우나 상습범 등에는 가중 처벌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법무부는 아동학대범죄 사건처리기준 테스크포스(TF)를 구성, 유형별로 사건유형 및 정보를 분석해 구속 구형기준과 조건부 기소유예 등의 강화된 기준을 마련키로 했고 아동학대 중상해, 상습범 중 죄질이 나쁜 아동학대 사범에 대해 강화된 양형 수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대법원에 협조 요청을 보냈다고 전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 신체적 학대만 학대? 아동학대 유형별로 처벌 강화해야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 복리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유기와 방임하는 것까지를 말한다.

현행법에서는 ‘형법’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아동학대 범죄를 다루고 있다.

신체에 중상해를 입히지 않지만 아동에 욕설, 협박, 모욕을 하거나 소리를 크게 질러 아동을 위협하는 등의 정서학대, 성폭행은 물론 아동이 부적절하게 성에 노출되게 하는 등의 성학대, 고의적으로 아동에게 양육을 소홀히 하거나 의료.교육적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의 경우도 학대다.

실제로 영국, 미국 등에서는 아동학대 범죄 유형을 세분화하고, 피해자 아동의 나이에 따라 법정형도 세분화돼있는 것은 물론 아동학대를 중대 범죄로 인식,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살인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미수의 사례 등도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동일하게 처벌해 아동학대 범죄 성립 범위를 폭 넓게 인정하고 있다. 앞서 2011년에는 생후 6주 된 아이에게 두유와 사과주스만 먹여 숨지게 한 채식주의자 부부가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정서적으로 학대해도 최고 10년 형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일명 ‘신데렐라법’을 제정하고 어떠한 유형의 학대라도 처벌한다는 의지를 드러낸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섯 살 원아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피노키오’라고 괴롭힌 유치원 교사가 벌금형에 처에 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3살 아이에게 ‘도깨비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여준 유치원 교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으나 다소 모호한 정서학대 범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