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시즌 KBL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팀을 챔피언에 등극 시킨 추일승 감독의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미디어세상=유창선 자유기고가] 추일승 감독은 2015~2016 시즌 KBL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팀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추일승 감독은 1963년 1월 31일 생으로 1979년 홍익대학교 부속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당시 홍대부고는 재정난으로 2년 동안 선수를 수급하지 못해 고육지책으로 교내에서 키 크고 운동신경이 좋은 학생들을 농구부로 뽑았다. 입학할 때, 키가 컸던 추 감독은 1순위로 선발됐다.

홍익대학교를 거쳐 1985년 12월 기아자동차 농구단에 입단했지만 김유택, 한기범 같은 스타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고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은퇴했다. 1997년 상무 농구단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 1999년부터 상무 농구단 감독을 맡았다. 2003년부터 여수 코리아텐더 푸르미 감독, 2003년 11월부터 KTF(현 KT) 매직윙스 감독을 맡았는데 2009년 4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 해지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추 감독은 “농구를 다시 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농구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2010년 가깝게 지내던 농구인 들과 함께 미국 대학농구 (NCAA) 전국 선수권대회 4강전을 보러 갔다. 당시 무명의 버틀러 대학교가 결승전에 올라 미국 최고의 명문 듀크대학교와 호각지세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농구에 대한 북받치는 열정을 깨달았다. 당시 7만여 명이 응원하는 뜨거운 열기를 미국 대학농구 현장에서 느끼며 농구에 대한 열정을 회복했다.

추 감독은 2011년 3월 대구 오리온스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당시 축하보다는 우려나 만류가 많았죠. 저 역시 구단 이미지가 ‘만년 꼴찌’라는 걸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시간과 권한만 주어진다면 못 바꿀 조직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단에 4년만 지켜봐 달라 반드시 팀을 정상에 올려놓겠다, 대신 간섭하지 말라고 조건을 달았다”고 했다.

추일승 감독이 부임하기 전, 오리온은 9~10위를 오가는 리그 최하위 팀이었다. 하지만 추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두 팀을 꾸려도 될 정도’라는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받을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올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 팀 KCC를 4승 2패로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추 감독은 자신의 약속대로 4시즌 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추일승 감독은 성실성과 승부욕을 선수들이 가져야 할 최우선의 가치로 보았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추 감독은 자신을 따라 다니던 ‘비주류라는 낙인, 우승 경험이 없는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그는 오리온스 팀을 챔피언으로 등극시킨 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학교를 어디 나왔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며 “세상에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나오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고 또, “이승현, 허일영 등 기량이 우수한 젊은 선수들과 애런 헤인즈, 문태종 같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며 “좋은 선수들 만난 덕분”이라며 선수들을 추켜세웠다. 추 감독이 추구한 농구 스타일을 네 가지로 살펴보면 이렇다.

첫째, 공동 분배 농구
그는 코트 안에서나 코트 밖에서도 공동 분배 농구를 실천했다. 엔트리에 들어있는 12명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었고 시간을 분배해서 출전하게 했다. 5명이 뛰는 농구에서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구단에서 주는 승리 수당들을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은 물론 버스 기사, 식당 아주머니 등에게도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2011년 부임하면서 팀이 잘 되려면 구성원 전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실천했다. 그는 “운전을 해 주시는 분이나 식사를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그냥 직업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것과 우리 팀이 이기고자 힘을 보탠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팀 분위기가 모든 사람이 승리에 목숨을 걸고 자기 일의 대가를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승리 수당 배분을 감독이 직접 하게 해달라고 구단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둘째, 포워드 중심 농구
대부분의 팀들은 센터 중심으로, 골밑에서 이루어지는 미국식을 따른 것과 달리 오리온스는 유럽식 포워드 농구를 추구했다. 포워드 농구는 키가 크고 개인기를 갖춘 포워드들이 중심이 되어서 하는 농구다. 선수들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도록 해 선수 전원을 폭넓게 활용한 것이다. 빅맨이 없어도 팀 전체가 함께하는 농구를 통해 팀 디펜스를 강화했고 4강전에서 최강 모비스 팀을 이기는 원동력이 됐다.

추 감독은 과거 KTF 감독 시절부터 포워드 농구를 선보였다. 당시 조성민, 김도수, 송영진 선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미스매치를 했고 신기성은 팀 동료들에게 적절한 볼 배급을 했다. 2006~2007 시즌 KTF의 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도 이뤘다.

2016~2017 시즌에도 포워드 농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추 감독은 “우리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이승현,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건 코트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히고 “그런 점에서 ‘포워드 농구’가 우리 콘셉트랑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셋째, 끊임없이 공부하는 농구
추 감독의 프로 통산 전적은 308승 329패다. 승리보다 많은 패배 속에서 좋은 약을 얻었고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지나간 패배를 되새기며 전략을 짰다. 2007년 KTF 감독 시절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비스 팀에 패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변해야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 대학농구 경기를 보면서 토너먼트 경기에서 떨어진 팀 감독만 따로 모아 경기에서 활용한 전략을 모두 털어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는데서 많은 해결책을 얻는 농구 문화를 보며 부러웠다고 토로했다.

추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며 연줄이 없는 관계로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는 어려움을 책과 비디오를 통해 스스로 익히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스포츠만큼은 실력으로 좌지우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지 않았나 싶어요. 교과서 같은 이야기이지만 결국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정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추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 능력에도 선수들의 승부욕과 성실성을 우선순위로 보았다. 외국인 지도자들과 SNS를 통해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파악했고 현지 리그 지도자들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연습 때 헤드폰을 끼지 못하도록 했다. 자기 스타일이 강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미국(NBA)이나 유럽에서도 혼자 헤드폰을 끼고 연습하는 선수는 없다며 처음부터 원칙을 따르며 지키게 했다.

▲최하위 팀을 정상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선수는 물론, 스텝진들까지 한 팀이라는 분명한 목표의식이 자리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넷째, 배려와 존중의 농구
농구라는 종목은 상대 팀 선수들과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추 감독에게 판정에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그런 점이 없지 않았다 생각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은 “농구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가 그런 구조”라며 그렇지만 “그런 것에 너무 집착하면 개인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억울하다 보여 지는 판정에 대해 무턱대고 강경하게 나가지 않았다. 때로는 강하게 어필해야 ‘보상 판정’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생긴다. 그러나 추 감독은 “저도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겠다”며 “농구라는 종목 특성상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심판도 마찬가지다”라며 “존중과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자신의 농구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코트의 신사’ 추 감독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제부터 ‘우승 쌓기’에 도전하겠다는 추일승 감독이 코트에서 써 내려가는 희망의 역사가 더욱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