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방과후학교 민간 위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단계 경쟁 입찰 방식 도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2016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포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방과후학교는 11,740개의 초.중.고에서 운영하고 있었으며 초등학교의 경우 운영 비율이 99.9%나 됐다. 또 참여하고 있는 학생도 71.2%에 달했다.

이처럼 사업 규모가 확대된 반면, 민간업체 위탁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많아 교육부가 나서 올해부터 해당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탁 업체 선정을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거 조달청 나라장터(G2B)의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입찰은 총 2단계로 1단계는 제안서 평가, 2단계는 1단계를 통과한 업체 중 ‘최저가’를 제안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1단계 제안서 평가 시 강사들의 인건비를 보장하기 위해 기초금액의 약 81~85%를 인건비로 지출한다는 근로이행확약서를 포함해 제출하도록 했다.

방과후학교에서 기초금액이란 인건비, 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으로 산출된 강사료와 강좌 예상인원, 운영개월 수를 합산한 총액이다.

이런 단계까지 거쳤지만, 강사들은 제대로 된 인건비를 보장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인건비 보장을 위해 산정한 기초금액부터 경쟁 입찰 방식과 관련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해석 차이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초산출금액, 왜 해석이 달랐나?

기초금액은 각 과목마다 먼저 수업료를 산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각 과목마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비용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수업료는 인건비를 약 80%, 나머지 20%는 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더해 산정한다.

이렇게 산정된 기초금액은 예상 인원과 운영개월 수를 더해 총액을 결정하고, 총액에 따라 ‘최저가’ 입찰 경쟁이 진행된다.

당초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교육부는 기초금액의 인건비 80%을 보장하는 선에서 총액을 계산해 ‘제한적 최저가’ 입찰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각 과목마다 특성이 달라 수업료 산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과목별로 강사료를 먼저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취지대로면 인건비를 보장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이행하는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기초산출금액은 낙찰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사업비일 뿐이고 기초금액에 따라 인건비 비율을 정했어도 예상 인원 등에 따라 총액도 달라지기 때문에 낙찰 가격 대비로 인건비를 산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총액을 두고 업체들이 최저가 입찰 경쟁을 벌였고, 당초 산정한 기초금액대로 강사들의 인건비를 지급하면 업체의 운영 부실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강사료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이는 강사의 인건비가 낮아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강사의 인건비를 보장하겠다고 마련한 가이드라인의 의도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 측에서는 지방이양사업인 방과후학교 사업의 특성상 시도교육청에서 구체적인 것을 결정하면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만 입장을 전했다.

한 사업을 두고 중앙 부처와 정책을 시행하는 시도교육청 간의 엇박자로 결국 강사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 진행 모습

▶ 강사들의 일 년은 누가 책임지나?

이런 혼란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늦게 배포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과후학교 민간업체 계약은 적어도 11~12월에 했어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2월 29일에야 나왔고 2월 1일 입찰 공고가 시작됐다. 때문에 이를 수정하고 충분히 이해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 자체가 뒤죽박죽이 됐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처음이다 보니 고려해야할 것이 워낙 많고 검토하느라 좀 늦어졌다”면서 “올해 처음 진행했으니 3월이나 1학기가 지난 후 보완해야 할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다. 토론회도 진행하고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해서 보완할 점을 보완해 내년에 반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교육청 역시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중이다. 교육부에서 운영을 시도에 맡긴 만큼 시도 의견이나 강사, 업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무 상황을 모니터링해 바꿔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초.중.고 방과후학교 강사는 무려 12만 여명에 이른다. 이 중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강사만 9,8786명이다. 이 많은 강사들에게 일 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플루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보다 8,000원 가량 낮아진 19,000원 선으로 인건비를 책정 받았다.

수업을 2주 앞두고 통보된 강사료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A씨는 “당장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그만두고 개인 강사로 뛰는 것은 더욱 어려워 그냥 받아들이고 일 년 간 이렇게 수업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A씨가 운영하는 플루트 강좌의 경우 수업료는 35,000원이었다. 이 중 A씨가 받아온 인건비는 27,000원 내외였다. 하지만 올해 A씨가 소속돼있는 업체의 낙찰 금액의 수업료는 24,000원, A씨는 19,000원의 인건비를 받게 된다.

기초금액 총액을 무리하게 낮추면서 경쟁을 벌인 결과 수업료가 낮아져 발생한 일이다.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수업료가 낮아졌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완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일 년간 낮아진 수입으로 생활해야하는 강사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로 인한 강사들의 대거 계약 해지 등의 사태로 번질 경우 당장의 방과후학교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교육의 질도 예전만큼 보장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방과후학교의 한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관련 법안이 없는 상태에서 지방계약법에 의거해 입찰을 진행하다보니 이런 문제점이 발생됐다”며 관련 법안에 의한 세부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금액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는 불편한 현실이 됐다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방과후학교가 계속 운영된다면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되고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과후학교는 교육청이 학교로 위탁, 또 학교는 민간업체에 위탁으로 이어지는 이중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마련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결과적으로 구조상 가장 하위인 강사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때문에 처음부터 위탁 업체 선정 방식이 아닌 방과후학교 시스템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지적이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