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장중구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언급하자 야당 의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fillibuster)에 나섰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fillibuster)란

필리버스터란 소수파가 다수파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면서 시작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언급하자 야당 의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fillibuster)에 나섰다(사진:국회tv)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4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본 회의에서 5시간 19분에 걸친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또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발언했다.

필리버스터는 지난 2012년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황영철·구상찬 의원 등과 더민주(당시 민주통합당) 김진표·박상천·원혜영 의원등이 발의해 제정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이 저지에 나선 테러방지법

테러방지법은 지난 2001년 미국 9·11테러 사건 이후 테러에 대한 대처를 위해 김대중 정부때 처음 발의됐다. 골자는 대(對)테러 활동을 위한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인권침해 우려 등으로 입법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 2011년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테러방지법이 발의됐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테러방지법은 군, 경찰, 국정원 등으로 분산된 대테러업무를 국가정보원으로 집중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어 국방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대테러업무를 기획·조정하게 된다.

특히 국가정보원장이 테러 인물로 의심되는 자의 출입국과 위치파악, 금융거래 내용과 통신 정보까지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가 불안하고 어디서 테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가 있겠느냐”며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거듭 촉구해 왔다.

필리버스터 언제까지 이어지나

지난 23일 오후 7시 7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상단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테러위협이 있으니 국가비상사태이고 직권상정하겠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종전이 아니라 휴전상태다”라며 “테러의 위협이 아니라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7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상단에서 연설을 시작했다(사진:팩트티비)

이어 “국회의장의 논리라면 대한민국은 항상 비상사태시기이고 국회는 존재의 이유가 없는 계엄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며 “군인도 평시인데 국회만 비상사태라는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5시간 32분간의 연설을 마치고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1시간 49분간 연설을 이어가며 “국정원에 집중된 권한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연설했다.

세 번째로 연설에 나선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장장 10시간 18분 동안 발언하며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헌법이 필요하다”며 “헌법에서 불가침의 자유, 행복할 권리가 필요한게 인간이다”고 발언했다.

네 번째로 단상에 오른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현재까지 발언을 이어가며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의 권한만 강화되는 악법”이라 비난하고 “군부독재 시기의 위헌적 긴급조치와 같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에 영원한 상처로 남을 것”이라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의 권한만 강화되는 악법”이라 비난했다(사진:국회tv)

야당은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 이어 더민주 유승희 의원, 최민희 의원, 강기정 의원 순으로 더민주 108명 의원 전체가 발언을 이어가며 다음 달 10일까지 국회를 지켜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을 온 몸으로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오전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노동개혁4법과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입법 지연과 관련해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 말했다. 또한 진행중인 필리버스터에 대해 “필리버스터는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