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조대영 칼럼리스트] 교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걸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예수께서 그토록 원하셨던 교회는 초대교회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900여 년간 교회의 팔은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안으로만 구부리는 연습을 해왔다. 교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한다는 것은 안으로만 굽는 팔을, 밖으로 구부리는 것만큼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교회의 주축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평신도를 향해 팔을 반대로 구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지난 2000년간 한 번도 개혁된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즈(H. H. Walz) 박사는 1955년도에 이미 '어른들의 기독교'라는 논문에서 “다가오는 10년 동안의 교회의 결정적인 문제는 ‘평신도의 기능을 본래적인 모습대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 하는데 달려있다”고 역설하였으나 제도적인 기성교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한국 교회는 평신도들이 목사를 무조건 추종하려는 소위 맹신도들이 많이 있어서 교회가 무슨 계(契)모임 같은 모습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제부터 부족하지만 헨드릭 크래머의 '평신도 신학과 교회 갱신'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평신도 신학과 평신도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교회 안에는 ‘평신도 신학’이라는 금지된 땅이 있다. 이 금지된 땅은 성경이 금지한 것이 아니고 교회가 금지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신학자들과 목사들이 출입금지 시킨 땅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신학들이 있다. 성경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주석신학, 변증신학, 목회신학, 실천신학, 구약신학, 신약신학, 성령신학, 심지어는 중세신학, 개혁신학, 자유신학, 오순절 신학, 칼 바르트신학, 칼빈 신학 등 많은 신학들이 있으나 ‘평신도 신학’이라는 말은 들어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위에 나열한 신학들은 신학교에서 가르친다. 하지만 평신도 신학은 교회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신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평신도 신학’이라는 책들이 여러 종류 나와 있으나 이들은 주로 ‘평신도를 위한 신학’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평신도를 위한 신학’이라는 것은 평신도에게 필요한 신학적 지식에 관한 것을 말한다.

중세 카톨릭 교회는 물론이고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도 신학자들은 안수 받아 성별된 교역자에 대한 신분, 훈련, 준비, 기능, 역할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부여하기 위해 그들의 온갖 정열과 힘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정작 교회의 중심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인 평신도의 신분이나 교회론에서의 평신도의 신학적인 위치와 의미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즉 남의 집에 들어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구조 변경을 하고 주인을 종으로 부리는 꼴이다. 평신도 신학을 세우는 일은 마치 네로 황제가 로마 시가지를 새로 재건하기 위해 불을 질러 모두 태워버리고 새집을 지은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어렵고 험난한 길이다.

평신도는 교회론의 중심이다. 평신도가 교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평신도 신학’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진짜 교회론을 정립할 시기를 너무 오래 지나쳤기 때문에 교역자도 평신도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로마 카톨릭의 사제적이고 권위적인 교회론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었다.

또, 새로운 신약교회적 교회론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었으며 연구된 바도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종교개혁 당시의 만민제사장주의는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이다. 교회론이란 것이 목사들과 신학자들이 아전인수 격으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인데 로마 가톨릭의 제도적 교회를 답습하면서 평신도는 수동적인 위치로 머물러 있게 되었다.

셋째, 현대에 있어서도 교회의 혁신이나 갱신은 교역자와 신학자의 몫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교역자와 평신도의 위치를 뒤바꿔서 살아있는 신앙공동체로 바꿔놓는 작업은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교회갱신협의회’라는 조직을 보면 평신도는 한 사람도 없고 수백 명의 목사들만 모여서 수양회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갱신이 될 턱이 없다. 쉽게 말하면 교회의 중심인 평신도는 물러나고 교직자들이 평신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왕 노릇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약교회는 성령님께서 세우셨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교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성령님께 맡기셨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대표한 성령님,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평신도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교리)만 있으며 교회는 성립된다.

초대교회에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성도들과 장로, 집사들만 있었지만, 교회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교회는 초대교회로 충분하다. 초대교회 이후의 교회역사는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퇴보와 세속화가 더 가속됐다.

초대교회에는 신학도 없었다. 유명한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집대성한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도 신학의 연대를 AD 100년 이후로 잡고 있다. 그 이전에는 신학이라는 것이 없었고, 신학이 없어도 인류를 구원하는 교회의 역할을 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가장 효율적인 전도와 성령의 능력이 크게 나타났던 시기이다.

지극히 양심적인 신학자들은 교회의 혁신을 위해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을 내 걸고는 한다. 이것은 현대교회는 각종 신학이란 이름으로 범벅이 되어 세속화되고 하나님의 능력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능력이 사라진 것은 로마의 박해를 이겨낸 가정교회가 불법화되고, 교회의 지도자들이었던 유대인들이 물러나고 주로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로 교체, 로마 가톨릭에 의한 종교혼합이 일어나면서 성령의 능력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역사적으로 초대교회 이후 1300여 년간 교회에서 평신도는 무지하고 존재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특히 목회의 대상으로만 영원히 취급되어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금지된 땅으로 버려져 있었다.

평신도에게 신학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노예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종교개혁에서 마틴 루터는 ‘만인제사장론’을 모토로 삼은 것은 정말 시대적으로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교회의 지도계급에 속하지도 못하는, 그래서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평신도’라는 이름을 가진 평신도와 교황이 하나님 앞에 동등한 신분이라는 것과 더불어, 모든 신자가 제사장이라고 하는 생각은 성경적이지만 교황이 까무러칠 내용이었다. 만인제사장이라는 단어는 오래 가지 않아 교회에서 사라졌지만 동등성은 그 뿌리를 박기 시작했던 것이다.

클레멘트가 AD 95년에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평신도’의 뜻을 가진 ‘라이코스’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평신도라는 말의 처음이었으나, 일반적으로 쓰인 것은 4세기경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을 여기서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1939년에 즉위한 교황 피오 12세가 평신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는 말하기를, “평신도는 곧 교회이다. 그들이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고 말한 것은, 평신도가 바로 교회의 주인이라는 말이며, 세계 안에서 교회의 투쟁을 위하여 평신도가 지니고 있는 최대의 중요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평신도 신학을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지금 있는 교회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한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평신도 신학이 중심을 이루는 하나의 새로운 전체적 교회론을 전제(前提)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의 제도적 교회에 기초를 둔 신학자나 목회자들은 목숨을 걸고 반대할 것이다.

이 반대에 의해 교회 내에서 금지된 것이 바로 ‘평신도 신학’이라는 땅이다. 콩갈 신부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교회에는 유일한 평신도 신학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전체적인 교회론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평신도 신학을 제외한 모든 신학은 오히려 교회에서 부수적인 신학이라는 말로써, 위에서 열거한 많은 신학들은 단지 목사를 훈련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깊이 음미해보아야 할 과제다.

평신도를 양육하고 훈련시킨다는 일은 사자새끼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새끼 때는 악의가 없고 순해서 주인을 물지도 않고 말도 잘 듣는다. 그러나 점점 자라면서 야성이 돋아나고 성질이 사나워지면 주인도 물기 때문에 그대로 함께 살 수 없어서 우리에 가두어 키우게 된다.

포악한 사자를 길들이려면 주인이 먼저 포악한 성질을 죽이고 순한 양이 되어 사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마음속에 조금의 거짓도 없어야 한다. 다행히 교회에는 성령이라는 신비의 묘약이 있어서 사자에게 먹이면 순한 양으로 변한다.

오늘날 사자 우리 안에 사자라는 많은 평신도들이 잠자고 있는데, 이 사자들을 깨워 양의 우리로 넣는 선한 목회자가 있는가하면, 깨웠다가는 물릴 것이 두려워서 깨우지 못하고 오히려 자장가를 불러주는 삯군 목회자들도 많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자 자신이 양이기를 원해서 성령의 약을 먹고 스스로 양의 우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평신도는 역사적으로 교회 지도자와 세상의 성난 파도에 밀려 본질에서 너무 멀리 떠밀려왔다. 예수님 당시에도 종교 지도자들에게 떠밀려서 방황하는 평신도들을 보시고 유리하는 양들이라고 측은히 여기셨던 것이다. 故옥한흠 목사는 ‘평신도를 깨운다’는 책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올바른 평신도상을 다시 찾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와 생명을 가진 교회로 현 세상 앞에 서기 위해서 목회철학과 방향과 목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핸드릭 크래머의 말을 인용해서 “교회 개혁을 끊임없는 명령으로 보고 그것을 항상 교회의 생명과 직결된 것으로 해석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의 개혁은 어떠한 교회를 막론하고 없어서는 안 될 절대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히 故옥한흠 목사의 말에서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잃어버린’ 평신도상이 맞는 말이며, “평신도상을 다시 찾기 위해서 목회철학과 방향과 목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으나 실제로 평신도를 위해 재정립한 것이 아니라 목회자를 위한 입장만 바꾸려 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개혁’이라는 말이 핸드릭 크래머가 말하는 평신도의 신분과 사명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셨던 것 같다. 평신도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확신과 성경적 정체성(신분)과 본래의 사명을 깨닫고 실천할 때, 교회는 생명력을 회복하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성장하고, 국가와 사회를 책임지게 되며, 세계복음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조대영 칼럼리스트  dycho11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