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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겨울을 만나다
성지윤 칼럼리스트 | 승인2016.02.12 16:43
▲인물 사진의 거장 카쉬가 담은 생전의 파블로 카잘즈의 연주모습

‘어울리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함께 사귀어 잘 지내거나 일정한 분위기에 끼어들어 휩싸이다’라는 뜻이다. 세상에 모든 것들은 서로간의 어우러짐을 통해 우리에게 미적 쾌(快)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것들을 대하고 생각 할 때, 항상 서로간의 어우러짐에 대해 생각하고 어울리도록 구성하며 특별한 다른 목적을 가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것들을 어울리게 한다.

삼바와 같은 음악은 시원하고 경쾌한 리듬을 가진 음악이기에 태양이 강렬하고 녹음이 짙은 여름에 어울리는데 탱고는 아무래도 가을에 더 어울리는 음악이다.음악에도 ‘계절’ 이라는 자연현상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있다.

또한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이 주는 느낌 속에서 어떤 계절감을 느끼곤 한다. 그중 유키구라모토의 Lake Louis와 meditation과 같은 곡은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 같이 여겨왔다.

그렇다면 악기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첼로나 호른, 바순 등의 악기가 소리의 음역대가 저음대여서 묵직한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에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이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여겨온 몇 악기들 중 첼로의 대표곡인 바흐의 무반주첼로 모음곡 중 프렐류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주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세기의 거장 인 위대한 첼로 연주자 파블로 카잘즈에 의해 13세 때 고서점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후 어린 파블로 카잘즈는 이곡을 12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한 후 연주회에서 처음 선을 보였고, 이로 인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렇듯 파블로 카잘즈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보급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후세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 되었다.

세상에 무반주의 연주곡들이 많지만 개인적인 견해로 아직까지 무반주 곡 들 중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만큼 아름답고 멋진 곡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

음악 안에서 화음이 감당하는 모든 아름다운 선율들의 조화와 그를 통한 풍성함을 첼로의 멜로디 선율 하나가 완벽히 감당하고 있다고 느껴 놀랍고도 대단한 곡이라 생각한다.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그중 특히 프렐류드를 들으며 때론 깊은 사색을, 때론 마음의 위안과 휴식을 얻곤 한다.

겨울에 어울리는 악기인 첼로를 오브제로 사용하여 무척 아름다운 작품을 우리에게 남긴 작가가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조각가 아르망 페르난데스(Armand Fernandes).

내가 처음 아르망의 작품을 접한 것은 모 갤러리에서다.

승리의 신 니케가 해체한 만돌린 안에 양 날개를 펴고 서 있는 청동 조각 작품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 함께 간 친구와 한참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날 이후 아르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들 중에 유난히 나의 마음을 끄는 작품들이 있었다. 바로 악기를 가지고 작업한 작품들. 그중에 첼로를 가지고 작업한 작품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르망은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예술운동 ‘누보 레알리즘’의 창립자로 일상의 물건을 아상 블라주하여 자동차 부품 등을 높이 쌓아올린 조각, 가정용 쓰레기를 가득채운 유리 진열장, 악기를 부분 해체 하는 등의 작업들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소비문명으로 인해 생긴 불합리한 사회 현상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아상 블라주는 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하여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기법 및 그 작품을 말한다.

그는 1980년 이후부터는 악기라는 소재에 심취하여 악기를 통한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는데 이러한 악기를 통한 작업들이 작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첼로를 부수어라. 그러면 당신은 낭만적인 어떤 일을 한 것이 될 것이다."는 말을 했던 아르망.

그의 말대로 부서진 첼로는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낭만적인 모습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갖추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또 하나의 첼로를 가지고 작업한 멋진 작품인 첼로의자.

이 작품은 모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함께 갔던 학생이 의자인줄 알고 앉아 사진을 찍다가 큐레이터에게 제지를 당했던 에피소드가 있던 작품이다.

제지를 당했던 학생의 무안한 마음을 헤아리며 달래는 것도 잊은 채 첼로를 의자로 만든 아르망의 위트에 감탄하고 작품에서 흐르는 그 우아한 자태에 넋이 나가 바라보았던 작품이다.

겨울과 어울리는 악기라고 느끼는 첼로.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의 어느 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프렐류드를 들으며 첼로라는 오브제를 또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하여 우리에게 선보인 아르망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하며 첼로라는 악기가 시간예술과 공간 예술 속에 서로 다르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감흥을 선물받기를 바란다.


성지윤 칼럼리스트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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