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장중구 기자] ‘DJ의 비서실장’으로 전략정치의 대명사인 박지원 의원이 22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시작으로 김한길, 권노갑, 박지원 의원으로 이어진 제 1야당의 탈당 러쉬. 하지만 지난 14일 더민주가 김종인 박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이어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탈당 러쉬는 진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안철수 의원 공식홈페이지 제공)

▲안철수 탈당을 시작으로 도미노 탈당

지난해 안철수 전 대표는 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공동지도부'구성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총선을 앞둔 당권 경쟁은 공멸하는 것이라며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을 시작으로 12월 17일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문병호, 황주홍 의원이 동반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문재인은 계파패권의 대명사”라며 “계파패권이 만들어놓은 울타리를 벗어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층은 물론, 중간층까지 지지를 확대해 야권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20일 3선 중진인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구갑), 23일 임내현 의원(광주 북구을), 28일에는 최재천(서울 성동갑),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이 추가 탈당하며 호남 지역 의원들이 탈당의 신호탄을 울렸다.

▲국민의당 기조회의에서 김한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한길 페이스북)

더민주 당내 비주류의 좌장인 김한길 전 대표가 지난 1월 3일 탈당을 함으로 분당사태의 가속화가 시작됐다. 김 전 대표는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며 탈당 배경을 밝혔다.

호남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지난 8일 수도권 의원 최초로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을), 11일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이 탈당을 선언했다.

60년 야당역사의 증인이자 故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 권노갑 고문은 지난 12일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며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며 탈당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최원식 의원(인천 계양을), 13일에는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 을), 장병완 의원 (광주 남구), 14일 김승남 의원(고흥·보성),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구갑) 등 호남 기반 의원들의 대거탈당으로 호남이 초토화되며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은 모두 18명으로 늘었고, 더민주 의석수는 127석에서 109석으로 줄었다.

한편, 더민주 추미애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에서 안철수의원의 국민의당에서 나온 이승만 국부론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국회 압박 대국민 서명운동, 지지 성명 등에 대해 “어제까지 정체성을 함께한 동지들이 탈당한 이 후에 그런 정체성에 배반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누구 좋자고 탈당을 했단 말인가. 누구 좋자고 새로운 당을 만들었단 말인가”라며 “유지했던 정체성을 깨뜨리는 일은 결코 새정치가 아니다”라며 탈당 의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 사퇴 표명 이후 탈당 러쉬 주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탈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이개호 의원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의사 표명 이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박 전 원내대표와 '박(朴)남매'라 불리던 박영선 의원은 박 전 원내대표와 같이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번복하고 지난 21일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

박영선 의원은 “국민적 갈망이 담긴 경제민주화의 길. 그 실천 가능성이 김종인 위원장 입당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찾아왔다”며 잔류 이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선대위가 안정되는대로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거취를 밝혔다(사진:더불어민주당)

문 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후 당을 잠시 떠났던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에 복귀했고 한동안 이어졌던 당내 탈당 러쉬도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한편 박지원 원내대표가 탈당한 22일, 더민주는 선거대책위원회 위원 16명을 확정했다. 선대위는 김종인 위원장을 선두로 현역의원인 우윤근, 박영선, 최재성, 박범계, 유은혜, 진선미 의원과 이용섭 김영춘 정장선 전 의원을 비롯해 최근 영입된 표창원 전 교수와 이수혁 전 대사,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철희 두문정치발전연구소장 등으로 구성됐다.

더민주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권한을 선대위에 넘기기 위한 절차를 밟기위해 오는 27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한다. 이후 중앙위에서 기존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 선대위가 비대위를 겸해 다가올 총선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