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경찰서 김학철 서장은 지난 13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4대악 중 하나인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가정폭력 포스터를 만들어 공개했다(사진:거창경찰서)

[미디어세상=조수진 기자] #지난 7일 밤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11살 아들이 아버지를 흉기로 한차레 찔러 사망에 이른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그날 밤 10시쯤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온 부인을 때리기 시작한 남편은 평소에도 가족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월 7살 손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30시간의 폭행과 체벌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친할머니가 재판에 넘겨져 지난 13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할머니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속살인으로 이어진 가정폭력

겉으로 보기엔 단란한 가정이었다. 술, 담배 안하는 아버지, 매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어머니, 그리고 11살 아들과 6살 딸. 하지만 실상은 집에 늦게 들어왔다고 부인을 폭행하고 반찬투정을 한다며 아들을 구타하는 폭력가장을 둔 가정이었다.

▲지난 7일 밤 경기도 김포에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자 11살 아들이 흉기로 아버지를 찔러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사진:tv조선)

사건이 일어난 7일 밤, 조금 늦은 부인의 귀가를 참지 못하고 구타가 시작되자 옆 방에서 지켜보던 11살 아들은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아버지의 복부를 한차레 찔렀다.

병원에 도착 전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던 아버지는 병원 도착 후 3시간이 조금 넘어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11살 아들과 어머니는 평소 이웃들에게 폭행과 구타를 당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심지어 어머니는 “내가 맞아야 빨리 끝난다”고 말했고 아이는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으로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폭력 법으로 얼마나 제재 가능한가

‘가정폭력’은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사회 4대악(惡)으로 규정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4대악 근절을 주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삼아 주관부처와 협력기관들과의 상호 연결을 통해 현실적 대책을 내놓으며 4대악 근절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인한 실제 검거율은 2011년 6848건, 2012년 8762건, 2013년 1만 6785건, 2014년 1만 7557건, 2015년은 8월 기준 2만 565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실제 피해를 더하면 수치는 더 높아진다.

가정폭력이 줄어들 기세가 없자 정부는 지난해 7월 개정된 가정폭력특례법을 시행했다. 그 전까지는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있고 긴급한 경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격리 또는 접근 금지 등 긴급임시조치시 위반한 경우 제재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법 개정후 긴급임시조치 위반시 과태료 300만원 이하 부과가 가능해지며 실효성이 확보됐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조치가 강화되고 가정폭력 범죄 유형에 유사강간죄가 추가되고 가정폭력 신고 의무자 범위에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 및 센터장이 추가 되는 등 가정폭력에 대한 적극적이고 엄정한 대응과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었다.

▲가정폭력...해결 방법 없나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하면 현행법상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 확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의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어 주변의 눈을 무서워하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사례 중 본인 신고율은 0.8%에 그친다. 하지만 이웃들도 신고를 망설이기는 마찬가지다. 신고 이후 보복을 당할 수도 있고 남의 가정사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보장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강력한 처벌이 병행되어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찰청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여자의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성폭력·가정폭력 근절’정책 공조 및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4대 사회악 근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신속한 피해회복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유관 기관·단체와 협업을 통해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