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조계사에 피신해 지금까지 22일간 조계사에 머무르고 있다. (ⓒ방송 자료화면 캡처)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 “노동개악을 막아야 하는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며 지금 당장 조계사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너무나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뒤 자신을 검거하려는 경찰의 포위망이 강화되자 이틀 뒤 조계사로 피신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저를 구속시켜 노동개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려 광분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며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 곳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다”며 조계사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리 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계사 측에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노동개악이 중단될 경우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며, 정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노총과 80만 조합원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청정도량이 될 수 있도록 조계사 내외 경찰병력의 철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 위원장은 이날 이후의 신변은 부처님께 맡긴다며 “민주노총을 파괴하려고 광분하는 공안광풍에 저의 신변을 걱정해 주시고 당당히 노동개악을 막아 달라 하시는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한 조계사 신도회는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끝난 다음날인 6일까지 조계사 은신을 용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아직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퇴거 시한이 지난 만큼 이날 강제 퇴거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