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5 포스터(ⓒ영화제 홈페이지)

[미디어세상=최영원 기자] 독립영화인들의 축제 ‘2015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지난 11월 26일부터 4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독립영화가 날리는 달콤 짜릿한 회심의 한방을 표현하는 ‘독립사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서독제는 벌써 41회를 맞이하는 역사가 깊은 행사다.

대한민국의 영화의 미래를 만나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한 서독제는 2015년 천만관객을 모은 최고의 화제작 ‘베테랑’으로 제 36회 청룡영화상의 ‘감독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이 그 가능성을 미리 보인 곳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은 1999년 제2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단편 '현대인'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때문에 올해도 전국의 독립영화감독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독립영화제집행위원회에 따르면 경쟁부문 단편 880편, 극영화 651편, 애니메이션 111편, 다큐 62편, 실험 52편, 기타 4편이 출품됐다.

이 중 이번 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 48편, 새로운 선택 21편, 국내특별초청 상영작 33편, 특별초청 해외부문 상영작 7편과 개막작 ‘럭키볼’ 등 전체 110편이 상영됐다.

특히 서독제는 활발한 관객과의 대화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번 서독제에서는 총 100회 이상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거리를 좁히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2일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스틸 플라워' 상영 후 박석영 감독과 배우 정하담 양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세상)

▶ 떠도는 청춘, 그래도 꺾이지 않는다 영화 ‘스틸 플라워’

독립영화인과 관객의 폭발적 호응을 받으며 본행사에 돌입한 2015 서울독립영화제는 지난 주말 여러 차례의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영화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중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이번 서독제에서도 상영된 ‘스틸 플라워’가 눈길을 끌었다.

장편 경쟁부분에 출품한 영화 ‘스틸 플라워’는 영화 ‘들꽃’으로 데뷔한 박석영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자 거리의 소녀를 담은 2부작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박석영 감독은 “‘들꽃’의 17살의 하담(정하담)이 ‘스틸 플라워’의 하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담, 비열하게 버려지고 바다위에 혼자 섰다’를 제목삼아 시나리오 연구를 시작했다며 “‘5년 후 하담을 모르는 애처럼 거리에서 우연히 봤다’라는 생각으로 따라가듯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영화는 트렁크를 거칠게 끄는 장면으로 시작해 내내 어지럽게 방황하는 소녀 하담을 쫓는다. 불안한 하담을 거친 핸드헬드를 통해 보여주며 갈 곳 없는 그녀를 관객들도 불안하게 지켜보게 한다.

머물 곳을 찾아 거리를 배회하던 하담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만 남았을 뿐 오래전 버려진듯한 집에 들어가 겨우 들었던 짐을 내려놓게 되고, 낡아버린 운동화를 고쳐 신고 다시 일거리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하지만 집도 없고 연락처도 없는 그녀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없다. 일자리를 얻게 되도 내쫓기기 일쑤인 하담은 우연히 지나던 탭댄스 교습소에서 들려오는 탭댄스 소리에 마음을 사로잡히게 된다.

영화 '스틸 플라워' (ⓒ네이버 영화)

그로인해 하담은 쓰러지지 말아야 할 이유와 버팀목이 생긴다. 그녀를 끊임없이 흔드는 세상의 어른들과 차가운 현실이 그녀를 짓밟아도 그녀는 탭댄스를 추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소리로 그녀의 존재를 알린다.

감독은 왜 탭댄스를 통해 그녀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을까? 박 감독은 “탭댄스는 멜로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리듬에 맞춰 추는 춤이다.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없지 않나”라며 “탭댄스를 출 때 나는 소리가 세상에 하담이 부딪힐 때 나는 ‘파열음’과 같은 의미였다”고 말했다.

특히 박 감독이 ‘스스로 관계를 향해서 나아가는 장면’이라고 설명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무섭게 몰아치는 파도 앞에 선 하담이 파도를 맞아가면서도,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발을 굴러 탭댄스를 추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틸 플라워’는 그렇게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로했다. 오늘날 청춘들을 위한 아니 거친 세상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배우와의 대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는 12월 4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ART3관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