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조수진 기자] 지난 8월 서울 은평구에서 두 살배기 허모군이 엄마 손에 목숨을 잃었다. 부모들은 월세 25만원인 4평짜리 쪽방에 살며 허군에게 폭력과 방임을 일삼았다. 주민들의 신고로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지역아동보호기관에 격리조치 됐지만 결국 부모에게 다시 돌아갔다. 엄마는 우는 버릇을 고친다며 아이의 입을 스타킹으로 막아 허군은 숨지고 살인죄로 구속되었다.

지난해 4월 경북 구미에서는 26개월 아이를 빈집에 방치하다 피씨방에 가기 위해 배고픔에 칭얼거리는 아이의 명치를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20대 아빠가 구속됐다. 이후 아빠는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다 시체가 부패하자 살해된지 35일만에 사체를 유기했다.

지난해 2월 가출한 15살 딸을 집에 데려와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뒤 딸이 자살했다고 거짓말을 한 아빠가 경찰에 구속됐다. 아빠는 천안시 봉명동 자신의 집에서 종아리 허벅지가 멍들고 엉덩이 일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목검과 주먹을 사용해 아이를 숨지게 만들었다.

오늘 11월 19일은 아이들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지난해부터 아동학대범죄의 정의, 피해아동 응급조치, 피해아동보호명령, 학대행위자에 대한 긴급·임시조치, 신고의무자 확대 및 신고의무 강화, 상담원 신변안전 제도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아동복지특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아동 학대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9월 발표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년 상반기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아동학대 의심으로 신고된 접수는 9천471건으로 이 중 5천432건이 아동학대 판정을 받았고 388건은 조사가 진행중인 사례로 분류되었다.

아동학대 판정을 받은 5천432건중 4천439건이 피해 아동의 ‘부모’가 학대 행위자로 조사되어 약81%에 이르렀다. 이어 아이들과 접촉이 많은 유치원 교사·교직원이 88건, 보육교직원은 245건 등 보육시설 종사자가 학대 행위자인 경우는 6.1%로 집계됐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장소 역시 '아동 가정 내'가 4천485건으로 82%를 넘어섰다. 안전해야할 공간에서 가장 많은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어린이집이 246건, 아동복지시설 103건 등으로 조사됐다.

이어 학대 행위자에 대해 고소고발은 1천468건, 아동과의 분리는 287건에 그쳤다. 반면 지속관찰은 3천493건에 달해 제2의 피해가 우려됐다.

피해 아동에 대해서는 원가정보호가 3천63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분리보호된 아동이 1천429건, 가정으로 복귀된 경우는 359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이 12명으로 조사되어 작년 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17명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 학대 유형은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4가지로 나뉘는데 이중 신체학대와 정서학대가 합쳐진 경우가 1천8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정서학대 1천3건, 신체학대 890건, 방임 889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는 "부정적인 유년기 경험의 정서학대는 신체학대와 성학대보다 더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학대 경험 노출이 높기에 '문제아'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 정서적 학대 위험성의 심각함을 알렸다.

또,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고 있으나, 아동학대 범죄의 80% 이상이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은밀히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실태를 감안할 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학대 피해아동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며,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중요하고 나아가 이웃의 관심이 학대로 고통 받는 우리 아이를 구할 수 있다”고 협력을 당부하였다.

정부는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및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아동단체들과 함께 해온 ‘아동학대 착한신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최근 개정한 ‘아동복지특례법’은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체벌은 훈육의 수단이 아니고 명백한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확립될 수 있도록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