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자동차 결함으로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한 차량 소유자 128명 중 목적을 달성한 소비자는 6명이라고 한다. 교환이나 환불을 달성하기가 거의 희박하다는 의미다.

목적 이룬 소비자조차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했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 가운데서도 ‘블랙 컨슈머’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직 국내 자동차 관련법은 소비자 중심이 아닌 판매자나 제작자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소비자를 대변하는 공공기관도 거의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있으나 자동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별돼도 권고사항으로 끝난다. 국토교통부에도 자동차 결함신고센터가 있으나 소비자 보호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진 않는다.

결국 국내에서 자동차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하소연 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큰 재산이 소모되는 만큼 사회적 후유증이 매우 크다. 자동차 분야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얼마 전 국회에서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환불과 교환 규정 필요성에 대한 정책 세미나가 있었다. 이 곳에서도 소비자 기본법과 자동차 관리법이 언급됐으나 환불이나 교환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나 강제 조항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판을 가더라도 업체 측이 시간을 끌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 금방 한계에 부딪힌다. 심지어 일부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에는 한국의 법대로 하되 시간을 길게 끌어 대법원까지 가라는 내규까지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레몬법’의 경우 자주 인용되는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제도다. 합리적 수리횟수는 물론 주행거리와 기간 등 엄격한 규정으로 소비자 분쟁의 적극적 해결은 물론 징벌적 보상제까지 갖췄다. 워낙 강력한 법적 구제책이다 보니 메이커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심지어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뉴질랜드 및 캐나다,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정부에서도 자동차 분야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번번이 입법에 실패하는 상황이다.

진정한 선진국의 특성은 ‘균형’이다.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형으로 도약하고 있는데 이를 활성화시키는 자동차 문화는 낙후돼 있다.

한국형 레몬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동차 분야에서 조속히 환불 및 교환 규정을 마련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역시 해결방법은 관련법 제정을 통한 구체화와 소비자 중심의 강력한 공공기관 구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