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폭스바겐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사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젤엔진 기술을 지니고 있는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촉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게 치명적이다.

벤츠나 혼다 등 다른 메이커의 디젤차도 운행 중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몇 배 이상 규정치보다 높다고 발표하면서 디젤차에 대한 문제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젤이라는 연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다. 디젤은 엔진이나 각종 배기 후 처리장치를 통해 걸러주는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그대로 배출되는 구조다.

아무리 좋은 장치가 개발되도 노후된 중고차의 경우 장치의 기능이나 수명이 다하게 되면 바로 배출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노후 경유차 출입제한을 두는 ‘LEZ’ 제도를 서두르고 있다. 물론 서울시도 이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에는 그 LEZ제도조차 강화된 오염원에 대한 감시와 조건 강화, 환경개선 부담금 등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수입차종에서도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던 디젤차의 한계가 보이면서 자동차시장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소형 디젤엔진 적용부터 시작해 중대형 디젤엔진으로 개발보급을 시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도 고민이 많아질 것이다.

유럽 기반의 디젤차 위상 추락과 함께 세계 글로벌 메이커의 합종연횡이 시작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디젤차에 대한 가능성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폭스바겐 사태의 조기 정리 가능성이다. 계열사의 조기 매각과 리콜 등으로 소비자의 재신임을 받으면서 부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한 천문학적인 비용과 이미지 제고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도 디젤차에는 문제점이 잠재돼 있고 소비자 소송 등 각종 문제점이 더욱 크게 부풀려질 수 있다.

둘째로 다른 메이커로의 확산 가능성이다. 벤츠 등 다른 메이커도 배기가스 문제 등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디젤차에 대한 한계점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디젤차와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향후 조사 결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셋째로 친환경차의 급부상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와 현대차그룹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반대급부를 얻었고, 또 이는 장기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자동차는 더욱 시장 점유율이 커질 것이고 전기자동차도 2017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넷째로 각국의 환경인식 제고다. 환경 기준과 연비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강화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기술적 한계가 올 수 있다. 특히 환경세 관련 제도적 부담은 소비자의 디젤차 인식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과연 디젤차는 이처럼 현재진행형인 폭스바겐 사태를 기점으로 오는 2030년에 사라질 것인가?

그럼에도 디젤차는 석유자원이 존재하는 한 변화를 수용하면서 가솔린차와 더불어 살아날 것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융합형 모델 등 새로운 개념의 디젤차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디젤차가 한계는 분명히 있어도 새로운 기술개발 가능성은 가솔린차보다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아직은 환경보다는 연비에 더욱 신경을 쓴다는 점도 디젤차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 측면에서도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는 이산화탄소 등을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하는 등 상대적 강점도 분명히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폭스바겐 사태가 자동차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일대사건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그 변화와 격랑에 제대로 대처하면서 미래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실시간적인 시각으로 철저한 분석력과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