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뮤직의 성지윤 원장은 새로운 시도와 많은 경험을 토대로 하는 예술융합교육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문호 괴테는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감정과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 예술은 참된 예술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해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꿈꾼다. 하지만 일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가능할까? 행복한 일을 추구하다 오히려 잃어야 하는 것들이 어디까지일까?

하지만,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더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특히 예술을 한 분야에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하게 접목해서 교육화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도 한다.

음악과 미술, 사진, 연극,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녹여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예술융합 교육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예술융합교육'이라는 시도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클라라뮤직 성지윤 원장의 예술과 교육, 꿈꾸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예술융합교육'으로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 입구부터 가득한 아이들의 사진과 예술융합교육의 일환인 ‘아트 인 클라라’공연 포스터를 구경하며 들어선 스튜디오에는 음악이 잔잔하게 퍼지고 있었다.

성지윤 원장을 만나자 음악을 전공한 그가 어떻게 미술을 공부하고 음악과 미술을 접목시킨 예술융합을 아이들에게 교육하게 되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솔직히 20대 후반에 문화적 허세를 부리고 싶었어요. 남들은 명품가방 이야기할 때 나는 '미술관쯤은 다닌다'는 그 한마디가 하고 싶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시작이었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었어요."(웃음)

"난생 처음으로 시립미술관의 피카소전을 보고는 그 날 이후 허세에 대한 마음은 전부 사라진 채, 미술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 생겼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림 한 장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가 되고 세계적인 가치를 갖게 되며,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그날 이후로 무수히 많은 미술관을 다니기 시작했죠”. 성지윤 원장의 말이다.

그러면서 미술, 연극, 사진, 오페라, 인문학 강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간만 나면 발품을 팔았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인사동, 삼청동, 청담동 등의 수많은 작은 갤러리 관람부터 다양한 여러 공연을 빠짐없이 구경했다. 그러던 중 현대미술을 관람한 후 그 난해함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무한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작품을 보러 다니게 된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보면 그림이 어느 날 나에게 말을 걸어줄거라 생각했어요. 호기심에 대한 답을 줄거라고요.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자 더욱 갈증을 느껴져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져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러다 미술에 대해 재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지금은 전문적으로 미술을 비롯해 예술 전반에 대해 공부하는 중에 있고요." 

▲대림미술관의 에듀테이먼트 수업. 슈타이들이라는 책을 통해 아트를 실현하는 여러 가지 작업을 보여주는 수업으로 여러 작품과 사진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직접 만들어 보았다

성 원장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틀에 박힌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음악 레슨을 하다 문득 연관이 되는 사진이나 그림이 생각나면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아이의 상상력을 이끌어 낸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음악 연주가 한결 매끄러워짐을 느껴요. 아이에게 감성을 억지로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스며들게 만들고 싶어요”.

누구나 예술은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표하나 선긋기 하나를 배우기 위해 지루하고 반복적인 수업을 되풀이한다. 피아노학원을 보내는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예술적인 감각을 키우는 것보다 피아노 한곡을 마스터 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반고흐 전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등에 아이들과 다녀온 적이 있어요. 볼때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아이들이 연주를 할 때 섬세함이 생기고 표현력이 좋아지더라고요. 아이들은 금방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요”. 성 원장이 예술을 교육에 접목, 효과를 극대화 하는 예다.

예술 경계선 뛰어 넘어 최고 가치 추구

사진을 봤을 뿐인데 음악적 섬세함이 생기고 그림을 떠올렸는데 음악의 표현력이 풍부해지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예술은 수학이나 영어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경험이 더해지면 깊이가 생기는 것이라 답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것보다 음악, 미술, 사진, 연극, 철학, 문학 등을 더하는 성지윤 원장의 예술융합교육이 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란 예상을 해본다.

성지윤 원장은 예술융합교육이 자리 잡으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예술융합교육 시도 때에는 좋은 커리큘럼을 준비해도 관심을 보이는 학부형이 별로 없어서 구걸하듯이 겨우 아이들을 모아서 수업을 한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영어, 수학의 주요 과목에 밀린 현실 속에 예술융합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정들이 가장 안타깝고 힘들다는 고충도 털어 놓았다.

아이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수업을 묻는 질문에, “저는 공연에 있어서도 여러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는데 야외음악 공연과 함께 스튜디오 내에서 아이들의 미술작품도 전시하고 음식과 함께 하는 파티가 반응이 가장 좋았다"며 "요즘은 음식도 문화다. 거기에 더해 모든 공연의 기획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또, "직접 준비하게 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고 덧 붙였다.

성 원장이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으로는 평소 좋아하는 보사노바 음악으로 진행한 리듬수업을 꼽았다. “보사노바 수업 중 브라질 악기인 쉐이커를 직접 만들고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수업을 했었는데요. 사실 수업 당시에는 보사노바라는 장르가 나른한 분위기이기 때문인지 지루해 하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어요. 하지만 그랬던 몇 아이들이 학원 내 연말 공연 날, 제가 보사노바 음악을 연주했을 때에는 흔들고 있는 제 쉐이커까지 빼앗듯 가져가 음악과 한 몸이 되어 악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여 놀랐던 기억이 었어요. 이렇듯 어느새 보사노바라는 장르, 그 리듬은 아이들에게 스며들어 갔던거죠". 

▲삼바와 보사노바의 리듬에 대해 배우고 각자 리듬악기인 쉐이커를 만들었다. 보사노바 연주에 맞춰 리듬감을 익히는 수업을 통해 브라질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수업으로는 팝아트와 팝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접근을 하고 싶어요.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듣고 앤디워홀의 작품을 감상하는 등의 수업이요. 지식을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많은 경험이거든요".

성 원장은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취미도 없이 게임에 빠져 지내곤 하는 시간들이 대부분인데 자신의 제자들은 음악듣기, 악기연습하기, 미술관가기 등이 취미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또, 처음에는 학원을 오는 걸 싫어했던 아이가 이제는 공연을 기획하고 포스터 제작부터 섭외, 팀 연습, 곡 선정까지 도맡아 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그 아이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은 한국의 여느 학부형님들의 바람처럼 아이가 공부를 잘해주어 외고에 가기를 더 원하세요. 아이는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며 가장 행복해 하는데 말이죠. 사실 아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님도 가장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이 아이의 재능을 더욱 끌어내고 많은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어 훗날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입시제도도 미국식 에세이쓰기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입시에서라면 저희 학원아이들, 특히 이 아이는 큰 장점을 지닌 학생이 되지 않을까요? 에세이에 자신이 경험한 풍부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테니까요. 사실 미국의 아이비리그에서는 공부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런 독특하고 풍부한 경험을 한 학생들을 원한다고 들었어요. 또 모르죠, 이 학생이 어느 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면 뒷받침된 공부와 풍부한 자신의 경험과 이력을 적은 에세이를 통해 하버드에 갈 날이 올지도요."(웃음)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하다"

성 원장은 자신으로 인해 주위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볼 때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미술과 음악이 어렵기만 한 어른들을 위해 쉽게 다가가는 팁을 묻자, “이제 우리는 삶의 질이 현격히 향상된 시대에 살고 있어요. 지금은 예전과 같은 절대 빈곤의 시대도 아니고 많은 이들이 자기계발이나 문화 향유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잖아요.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이런 시대 속에 문화에 앞서가지는 못해도 적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에서 부터 출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작품을 이해하려 들면 어렵고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기 때문에, 보고 듣는 중에 직관적으로 끌리는 음악이나 그림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고 무언가 행복한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예술적 감성이 충족됨을 느끼는 짧은 만남을 끝내기 앞서 스튜디오 가득 흘러나오는 음악에 이끌려 추천곡을 조심스레 부탁했다. 이에 평소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인 보사노바 음악 'girl from ipanema', 'desafinado(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sur le Quai(루시드 폴)'을 추천받았다.

성지윤 원장이 추천해준 음악을 켜자, 현실과 타협해 각박하게 살고 있던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그 옛날 마음 한 구석에서 못 다한 꿈 하나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