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미디어세상=최영원 기자] 올해로 데뷔 20년째를 맞는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장편영화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지난 달 24일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 2주 연속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해외 영화제 수상은 물론 국내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홍 감독의 영화는 ‘오, 수정’, ‘생활의 발견’, ‘하하하’, ‘옥희의 영화’, ‘우리선희’ 등 다양성 영화임에도 이름 난 영화들이 꽤 많은 편이다. 그의 명성을 뒷받침하듯 이번에 개봉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역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들이 많지만, 혹자는 홍 감독의 영화가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영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맞다’라는 것이 없기에 꼭 관객의 해석을 유도하는 올바른 답안이 있는 것이 아니며 관객의 평이 ‘틀리다’라고 답하지 않는다. 그것이 홍 감독의 영화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조금 더 편하게 그의 영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일정을 잘못 알고 하루 일찍 수원에 도착한 함춘수(정재영) 감독이 화성 행궁을 다니다 윤희정(김민희)이라는 여자를 만나 우연히 대화를 나누고, 술도 마시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영화는 독특하게도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두 번 이야기한다. 제목 그대로 나누자면 ‘지금’과 ‘그때’를 나누는 1부와 2부로 보여주지만, 어떤 것이 맞는지 어떤 것이 틀린지는 알 수 없다.

듣기 좋은 말들로 희정의 호감을 얻지만 결국 결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며 끝나버린 1부와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마음을 얻는 2부의 함춘수는 같은 상황이지만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인지 구하라는 답은 없지만 그때의 함춘수보다 지금의 함춘수가 더욱 보기 편한 것은 사실이다.

1부에 가식적인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는데 2부에서는 가식을 벗어 던지고 능청맞게 보여준 그의 솔직함이 어쩐지 홍 감독의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찌질한 듯 찌질하지 않은 새로운 남자캐릭터를 탄생 시킨 듯하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렇게 몰입도가 깊어 질 수 있게 만든 것은 물론 홍 감독의 연출력도 있지만, 정재영과 김민희의 연기도 한 몫 차지했다.

실제로도 이 영화로 로카르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재영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다. 느닷없이 쓰러지고, 옷을 벗는 그의 연기는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재미다.

또한 홍 감독의 영화에는 처음 출연한 김민희의 연기도 인상 깊다. 물감이 여기 저기 뭍은 외투를 입고 시종일관 애교 섞인 콧소리로 자신의 ‘그때’를 털어놓으며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치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사랑스럽다.

일상에 가까운 소재를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홍 감독의 영화에 빠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상영시간 121분, 청소년 관람불가.

한편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지난 8월 열린 제68회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으며 윤여정, 최화정, 기주봉 등 실력파 배우들도 등장해 영화의 감칠맛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