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62년간 유지됐던 간통죄 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중 7명이 폐지에 찬성하면서 위헌임을 선고했다. 과거 네 번의 위헌 소송에 합헌 판정을 받고 다섯 번째 만에 위헌판정을 받았다. 간통법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생활인 결혼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과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의 파탄을 법으로나마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며 여전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간통법 폐지된지 7개월. 대법이 50년간 유지되던 유책주의를 고수함으로 유책사유가 있는 배우자의 이혼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재판관 13명중 7대 6으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팽팽히 맞섰다. 간통법 폐지와 유책주의. 지금 대한민국의 이혼법이 흔들리고 있다.

◆간통법이란

간통법은 형법 제241조 제1항으로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하여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 경우 배우자와 상대방을 모두 처벌했다.

1905년 대한제국 형법대전에서는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한 자를 6월 이상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후 1954년 형법이 제정되며 남녀 모두 처벌을 받도록 개정되었다.

지난 2월 위헌 판정을 받기 전에도 1990년부터 2008년까지 4번에 걸쳐 간통죄의 위헌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간통법 폐지

2015년 2월 헌법재판소는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기는 것이고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접근 할수 없는 영역이다”며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했고 처벌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재판관 9명 중 7대 2로 위헌 판정을 내렸다.

또, 재판부는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간통죄가 폐지되었고 미국의 경우 20개의 주에 간통죄가 남아있지만 실제 처벌받는 예는 없다.

우리나라의 간통죄가 없어지면서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유일하게 간통죄를 인정하는 나라가 되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이슬람국가에서는 간통죄를 무겁게 다루고 있다.

◆간통죄 부작용

간통법이 폐지되면서 불륜조장 등 부작용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불륜을 조장하는 만남 알선 사이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접속 차단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간통법이 폐지된 후 제재 근거가 사라지면서 현재 접속 차단 조치가 해제돼 불륜만남을 조장하는 사이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가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12일 불륜을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개정되면 기존 간통법에 근거한 제재와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각 분야에서 관련법이 잇따라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홍철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가정과 결혼의 건전성을 지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의의를 설명했다.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15년 전 집을 나가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고 새로운 가정을 꾸린 A씨는 이혼을 하고자 했으나 아내가 이혼을 거부하자 2011년 이혼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결혼 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따라 A씨의 청구를 기각하자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지난 15일 2시 대법원은 대법관 13명중 7명이 ‘유책주의’를 고수하며 유책 배우자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한 가장 큰 이유는 약자에 대한 입법적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간통죄까지 폐지된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파탄주의를 도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현 상태에서 파탄주의를 채택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면 약자인 여성 배우자의 희생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책임 등에 관한 관련 법안이 없어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게 한계가 있다”며 “파탄주의 도입을 위해서는 유책 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간통죄가 헌재의 위헌 결정에 의해 폐지된 지금 중혼에 대한 형사제도가 없는 상황이다”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가 도입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7 대 6’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법관 12명중 6명이 유책주의를 선택하고 6명이 파탄주의를 선택해 팽팽히 맞섰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판례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빠르면 5년 안에도 판례 변경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법조인의 상당수가 파탄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결혼 생활은 애정에 의해 유지되어야 하는데 국가가 강제로 힘을 행사해 깨어진 애정과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법의 남용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5일 “간통죄가 폐지된 현 상황에서 대법원이 파탄주의를 전면 도입했다면 가정 내 약자인 상대 배우자를 더욱 궁지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이번 판결은 국민적 정서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변회 측은 “다만 대법원이 향후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유책 배우자의 위자료를 대폭 올리는 등 현실화하고 재산분할에도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신설하거나 유책 배우자로 하여금 상대방에 대한 부양료를 지급하게 하는 등 다양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