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2010년과 2011년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로 기존 시험시간 60시간이 30시간, 최종적으로 13시간으로 줄었다. 이론적으로 하루 반이면 운전면허 취득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선진국처럼 실생활에서 필요에 의한 운전면허 취득과 달리 우리는 일종의 지격증으로 쉬울 때 따놓는다는 개념이다. 실제 운전은 불가능한 ‘장롱면허’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주관부서인 경찰청에서는 간소화 이후 6개월 미만의 신규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실제로는 줄었다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 각종 변수를 고려하면 교통사고 건수를 언급하기에는 낯간지러울 것이다. 운전면허 취득이 쉬워져서 교통사고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교통사고 건수를 언급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운전면허제도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살인 면허증과 같다. 최근 급증한 보복운전도 이러한 간소화와 관련이 없는가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 취득을 어렵게 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우리는 이틀이면 취득할 수 있지만 호주는 4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2년이 소요된다. 당장 정식 운전면허를 주기 보다는 임시면허나 관찰면허를 주고 상태를 보다 정식 면허를 주는 제도가 정착돼 있다.

오히려 우리는 운전면허 취득이 너무 쉽다 보니 중국 정부 등에서 항의공문이 오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중국인이 자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면허 취득에 2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되고 비용도 200만원 정도가 소모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면허를 취득하면 자국에서는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자국 면허로 인정을 해준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선진국 등에서 우리의 배제할 수 있는 사태도 우려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OECD국가 중 최고 비율이다. 10만명당 어린이 사망자수도 최고 수준이다.

운전면허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강화하면 할수록 교통사고는 줄어든다. 선진국에서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같은 방향으로 나가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관련제도 강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국내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변한 것은 지난 2014년 필기시험 300문제를 700문제로 확대한 것뿐이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에 대한 문제점은 빗발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경찰청에서는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해놓고 현재까지 결과발표조차 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간소화에 관련된 간부가 승진해 있는데 굳이 나서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를 뒤집겠느냐고도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문가나 일반인, 심지어 일선 경찰관들도 간소화에 대한 문제점이 크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10년에도 대통령이 운전면허 간소화를 직접 언급해 기존 제도 개선방안을 버리고 현재의 제도로 전격 교체됐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운전면허 제도 강화를 언급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