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정년연장으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총액은 증가돼 신규일자리 발생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청년층과 기성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청년실업 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은 임금피크제가 아니며 이 때문에 사회적 갈등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임금피크제 도입 논란의 찬반 대립이 심상치 않다. 정부여당과 노동계, 기업과 정부 그리고 노동계로까지 삼각대립이 극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노사정 대화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도입 시행에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주듯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에 따르면 현재 96개 기관, 30%가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재부는 2016년 공공기관 임금인상률 차등방안 및 임금피크제 지원금 지원 방안 등 인센티브 안을 조기에 확정하고 제도 도입을 적극 확산시켜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30대 그룹 계열사 378곳 중 56%인 212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중소기업까지 임금피크제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방송 자료 캡쳐)

▶ 정부의 밀어 부치기, 협상은 여전히 난항 중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지난 2일 전국 47개 지방관서장이 참여하는 긴급 기관장 회의에서 중견.중소기업까지 임금피크제가 확산되도록 재정.세제 지원, 현장밀착지도 등 총력을 기울인다고 밝히면서 “지금 노동개혁에 노사가 동참하지 않으면, 노사는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될 가능이 크다”며 “내년도 예산안 국회 제출시한인 이달 10일까지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공공부문의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서 미도입 기관에 임금에 불이익을 주겠다라고 하는 한편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에 반영한다는 등의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며 9월 중 전체 공공기관의 50% 도입을 우선 목표로 연내에 전체 공공기관으로 도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에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 당사자간에 해야할 일”이라며 정부의 일괄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임금피크제 논의를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경환 기획재정부 총리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노사정 협의체에서 타협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또한 지난달 26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복귀 선언을 한 뒤 열린 노사정위원회의에서도 일반해고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에 열린 노사정 간사회의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대립이 이어져 대화 재개 40분만에 파행을 맞기도 했으며 한국노총 일부 노조와 민주노총 간에도 입장에 이견을 보여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토론회’를 개최하고 노동개혁 핵심 쟁점들을 공론화 했다. 이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대 교수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 정부가 일방적으로 행정지침을 강행할 경우 “갈등만 일으키고 효과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임금피크제 등 취업규칙 변경으로 오히려 법적 갈등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정 간 대립이 최악을 치닫고 있다. (방송 캡쳐 사진=내용과 무관함)

▶ 정부의 최후통첩, D-2 노사정 대타협 가능할까?

노동계와 정부, 여당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노사정 안팎으로 정부가 예고한 날인 오는 10일까지의 노사정 대타협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이루어내겠다던 노동개혁인지만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

이런데다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노조가)우리 사회발전에, 경제발전에 끼치는 패악은 엄청나다. 더 이상 거기에 대해서 외면해선 안 된다”며 “노조가 불법파업에 동원된 공권력에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라고 말해 노동계에서는 더욱 거센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뼛속 깊이 반노동이 낙인되어 있는 사람”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노사정위원회의에서의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동계와 정부, 여당간의 타협은 어두워 보인다.

게다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 노조가 갈등을 겪으며 파업으로까지 이어져 지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던 금호타이어가 지난달 1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이에 맞서 사측이 광주와 곡성, 평택공장에 직장폐쇄조치를 내렸다.

또한 현대자동차 노조도 임금피크제와 관련 단체협약에서 사측과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오는 9일 파업 찬반투표를 하기로 결정해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 모두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기존 일당 정액 970원에서 1900원 인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일시금 3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했으나 노조는 임금 8.3% 인상, 2014년 경영성과금 배분, 기피직무 수당 지급, 1958년생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대립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 그룹 계열사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노조와의 사전 협상을 거친 발표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발표 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어떠한 형태의 임금피크제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도 노사간의 이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사정 대타협 기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노사정위원회가 9월 10일까지 (노동시장 개혁안에)합의하지 않으면 내년 사회안전망 예산을 낮은 수준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다”며 노동계에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원포인트 논의기구를 만들어서 분명하게 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일방적인 추진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예고한 10일 노사정위에서 대타협이 마무리되면 노동특위는 15일까지 당정이 머리를 맞댄 5대 노동개혁 법안을 국회에 제출,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