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올바른 방향의 제도와 법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방향을 선정하기 위한 기초 정책용역 기관 선정부터 정책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문제점을 더욱 개선하고 해당 부처 등의 검증으로 최종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정이 초기 정책용역에 대한 기관 선정이다. 초기 용역기관이 누가 선정되고 어떻게 선정되느냐에 따라 최종 법적 기준이 좌우된다.

정부 등 시행기관은 객관적으로 선정하기 위한 각종 기준을 만들고 해당 기관이 개입할 수 없는 제도적 뒷받침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용역을 선정하는 방법에는 큰 문제점이 있다. 객관성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전문가 풀을 활용하곤 하는데 기밀이라고 하루나 이틀 전에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능력 있는 전문가는 이미 일정이 잡혀 있고 비전문가 수준의 심사위원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모업체 중 기준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선정되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로비를 막기 위해 하루 이틀 전에 통보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응모업체에서 심사위원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금액이 큰 용역의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영역임에도 편법으로 만든 대기업 대주주의 중소기업을 위주로 컨소시엄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역이 선정되면 용역비 중 수십 %의 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전문 서비스 업체에 의뢰해 발표자료를 제작해 대신 시행해 주기도 한다. 주변에 다양한 홍보 관련 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발표시간도 심각하다. 그 중요한 정책이나 법적 기준을 만들면서 발표시간이 10분 내외인 경우도 많고 관련 없는 질문 한두 개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수백억원이나 하는 대규모 정책용역도 길어야 30분의 발표와 약 20분의 질문이 있을 뿐이다.

결론에 대한 후유증은 역시 국민의 몫이다.

물론 해당기관은 잘못된 절차가 아닌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원래 근본부터 잘못된 시스템인 것을 누구를 탓하겠는가?

필자는 자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당기관의 의도나 목적 등을 별도로 듣고 꼭 참조를 한다. 필요하면 다른 심사의원에게 설명하고 의미를 전달한다.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발표 시간 등을 조금이라도 늘려 응모 기업의 특징이나 장점을 파악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자료와 미사여구를 항상 고민한다. 그래도 쉽지 않다. 그러면 정부는 무엇을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까?

우선 실질적인 우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유를 두고 통보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요시 심사위원장이 해당기관의 의도와 목표, 중요한 요건 등을 들어 참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물론 발표시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1회성 심사가 아니라 해당기관 심사도 병행해 엉뚱한 기업이 선정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후 진행절차도 확실하게 검증해야 한다. 중간 과정에서 홍보기업이 관여해 나눠 먹기식의 경우 박탈 등 각종 제제도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몸에 밴 관행이 심사과정에 스며들면서 전체를 물들게 하는 만큼 확인과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

언급하기도 힘든 기업이나 기관이 선정돼 국민의 세금을 용역비로 낭비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흐지부지 끝나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혈세 낭비 방지는 제대로 된 용역기관 선정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