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와 관련해 경질됐다.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지난 4일 청와대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하고 의료 전문가인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청와대는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발표를 통해 정 후보자가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는 메르스 발생 이후 초기 방역 실패의 원인으로 ‘전문성 부족’이 지적된 바 있어 정부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래도 의료계 전문가이기 때문에 의료시스템 전반에 정통하다는 것.

장관 후임자로 내정된 가장 큰 이유였듯 정 후보자는 정형외과 전공의 출신으로 분당서울대병원장을 3번이나 역임했으며 대한병원협회 병원정보관리이사, 재무위원장, 기획이사 등을 맡아 온 전문 의료인이이다.

한편 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1998년 주양자 전 장관 이후 17년 만의 의사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방송 캡쳐)

▶ 의료계의 주요 화두 ‘의료민영화’ 와 ‘원격의료’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보건복지 현안에 대한 정 후보자의 구상과 개인 도덕성 문제 등이 검증대 위에 올랐다.

이날 청문회의 가장 큰 화두는 의료계의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에 대한 정 후보자의 태도였다.

먼저 정 후보자는 이와 관련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의 뜻을 의료영리화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명확히 전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좋은 수단이며 우리나라 의료 세계화를 위해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문제점으로 지적된 ‘대도시 재가환자’에 대해서는 “원격의료의 근본 목적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의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것”이라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벽지 등에 필요하고 대도시에서 원격진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의료영리화와 관련한 질문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직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이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더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정 후보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로 메르스 후속 작업 착수라고 강조하며 “감염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방역체계를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 이후 국내 의료 문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병원 내 감염병 관리 부실이나 병문안 문화, 의료쇼핑 관행, 상급병원 쏠림 현상 등도 개선을 약속했다.

▶ 전문 의료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풀어야 할 숙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다음 날인 25일 오전 전체회의를 거쳐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송부돼고 이날 오후 정 장관에 대한 공식 임명 절차가 진행된다.

보고서를 채택한 복지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 후보자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보건의료 관련 쟁점에 적정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체계 개편에 있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날 청문회자리에서 정 장관은 복지 분야와 관련해서는 부족한 면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문회 자리에서 노인복지, 저출산 문제, 높은 자살률과 같은 시급한 복지 현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정 장관은 “복지를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 “확인해보겠다”, “기회가 주어 진다면 열심히 배워서 하겠다”라는 대답 뿐이었다.

이에 대해 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스스로 복지에 문외한임을 인정한 정 후보자는 유일한 행정경험이 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 5년 재직이 전부로 보건분야 역시 전문가로 보긴 어렵다”라며 “우리 야당 자체로는 부적격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복지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정 장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서도 지적했듯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당장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넘어야 할 복지 분야에 대한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라 정 장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 같은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국민연금은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보건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

최근 임명된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이 당장은 복지 현안과 관련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지만 앞으로 보건복지분야의 정부 부처 수장으로서 복지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해쳐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같다.

24일 인사청문회 후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보건복지에 명확한 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보건.의료 및 복지는 국민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만큼 정진엽 장관이 이를 아우르는 복지부 장관으로서 앞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활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정책 운영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