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방송 캡쳐)

[미디어 세상= 양은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에 대해 역설하며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임금피크제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청년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제도 도입 확산에 진통을 겪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금피크제 연내 도입에 대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 캡쳐)

▶임금피크제란?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일자리 나누기’의 한 형태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1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고 공식적으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의 임금피크제 적용 사례를 처음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조기 퇴직 등의 문제로 인한 50대 이상 고령층의 실업을 완화하고 기업이 인건비의 부담을 덜기 때문에 청년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가 하지 않은 곳보다 30세미만 청년층을 16%나 더 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의 추진 배경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 의무화’가 짙게 깔려있다. 당장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법은 급속한 노령화로 노년층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진 데다가 1955년생부터 1963년생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실업대란을 피하기 위한 대책으로 마련된 법안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 의무화가 청년 취업자 수를 감소시켜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결과적으로 정부는 정년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문제들로 사회 혼란을 우려,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확산 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방송 캡쳐)

▶말만큼 쉽지 않은 임금피크제

정부는 316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임금을 깎기로 했다”며 올해 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임금피크제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임금 등과 관련된 사규로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현행법상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할 경우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임금 삭감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에 줄곧 반대해 왔다.

또한 정부는 이와 관련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심화됐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는 정부가 강요할 사안이 아니며, 임금피크제를 한다고 해서 청년고용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노사정 갈등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지난 18일 한국노총이 노사정 복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중앙집행위원회 개최했으나 일부 노조원들의 반발로 무산돼 앞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단시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복귀와 관련한 안건은 오는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다시 논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 “한국노총은 26일까지 복귀 결정을 내려 주길 촉구 한다”며 “그때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노동 개혁을 정부 주도로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