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방송캡쳐)

23일 이례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숙여 사죄했다. 메르스로 인해 국민들에게 고통과 걱정을 안겨준 것에 대한 삼성병원의 책임을 통감한데서 비롯됐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병원의 대대적 혁신을 약속하며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후 원격의료법안 통과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차원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메르스 발생 이후 줄곧 정부의 ‘소통’문제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는 의도야 어찌됐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의견이다.

반면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문형표 장관과 황교안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감싸기를 비롯해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 메르스 초기 대응 미흡은 인정 하지만 확산 책임은 없어

23일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의 대정부질문에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문책이 이어졌다.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메르스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집중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어지는 추궁에 "조기에 빨리 안정시키지 못한 점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메르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했기에 세계보건기구(WHO)의 단순한 매뉴얼에 맞춰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장관은 "우리나라의 밀집된 병원과 응급실 환경, 병문안 문화 등을 따져봤을 때 좀 더 철저하게 조치했어야 했다"며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확산은 ‘병원문화’에 있다고 답했다.

또한 초기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을 비공개로 해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서도 책임 인정을 하지 않았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병원명 비공개는 누가 결정했느냐”고 묻자 “당시 의료계 전문가 자문과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했다”며 “병원명을 공개하면 해당 병원에 피해가 가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거부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해명, 병원명 비공개로 인한 확산 책임을 회피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정부는 감염병 관리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메르스 발생 1년 전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또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 삼성서울병원에서 평택성모병원의 실수를 반복한 점 등 4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이 정도면 메르스 초기 대응에 완벽하게 실패한 셈인데 자진 사퇴할 의항이 없느냐”며 강하게 문책하고 문장관의 자진사태를 거론했다.

이에 문장관은 "어떤 경우에서, 어떤 이유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메르스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문형표 장관이 답하고 있다(방송 캡쳐)

◆ 박근혜 대통령, 최선 다했다.

지난 8일 청문회에서도 메르스 사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했던 황교안 총리는 이날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에도 기존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여전히 대통령이 제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사안에 많은 노력을 다 하셨다”고 답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노 의원이 “삼성서울병원장은 90도로 절하며 사과했는데 대통령도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강조했지만 황총리는 “필요하다면 적절하게 말씀 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앞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적절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박대통령은) 걱정을 많이 하셨고 필요한 지시도 하셨다. 책임은 대책본부가 있는 보건복지부에 있다"라고 말했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지 35일이 지났다. 또한 메르스로 인해 확진자는 179명, 사망자는 27명(24일 오전9시 기준)이나 발생했다. 정부는 국가방역망이 뚫린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박대통령 옹호 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불편하게 할 뿐이다.

또한,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불안은 국민들에게 확실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누군가는 미온적 초기 대응으로 확산을 막지 못한 점, 매뉴얼대로만 했던 보수적인 대응 방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은 메르스의 빠른 종식과 함께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데 대한 진정한 책임자의 사과의 말을 필요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