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이륜차와 일반 자동차의 중간 모델 격인 르노의 트위지 모델이 최근 국내 출시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서울시와 BBQ 등과 함께 협약식도 실시했다. 번호판을 부여받고 보험도 가입하는 등 새로운 틈새 친환경 차종으로 자리매김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이 협약식은 무효로 끝났다. 관계부서인 국토교통부에서 법적 제도적 기준이 없어서 운행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트위지 모델은 현재 법적 기준으로도 노력 여하에 따라 운행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장관 승인을 받으면 연구개발용도로 2년간 운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관련 규정이나 인프라는 그동안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6개월이면 충분히 구축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국토교통부의 이번 조치는 매우 아쉽다. 중앙정부가 일선 기업의 시장 진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되레 방해가 되는 꼴이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찝찝하다. 그렇다고 문제 제기를 하자니 중앙정부는 두렵다. 가장 큰 문제는 르노의 트위지 모델뿐만 아니라 올해 여름 두세 가지 유사 모델이 국내 중소기업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한 번의 타이밍이 중요한 중소기업들 특성상 이번 일을 계기로 주저앉기라도 하면 책임은 누가 져줄 것인가.

일반 자동차와 이륜차의 중간 모델인 경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먹을거리다. 전문용어로 ‘L6’ ‘L7’이라는 영역이다. 이미 이탈리아 등에서는 트위지급 모델을 도심지 오염을 피하기 위해 좁은 옛 거리를 운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보완책만 있다면 정보기술이나 배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라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모델 구축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제부터라도 국토교통부는 연구개발용으로 임시 번호판을 부여해 운행상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증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그 사이 유럽 등 선진국 제도도 벤치마킹해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래야 환경부에서도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제도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의 먹을거리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중앙정부가 뒤쳐진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산업적 경쟁력마저 죽이는 선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올해 후반기까지는 L6, L7에 대한 차종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손을 놓고 중앙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