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입은 당 대표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대표는 7월 29일 수원 팔달구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늘 긴 소매, 긴 바지의 정장 차림이었던 당 대표가 종아리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 것이다. 윗도리도 긴 팔 차림이 아닌 반팔을 입고, 정장 구두가 아닌 빨간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누리당이 7.30 재보선에서 내세운 ‘혁신하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바지를 입은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홈페이지

김용남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회의에는 김 대표를 필두로 당 관계자들 대부분이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회의에 참석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고위원회의 후에 이어진 김 후보 차량 유세에서도 김 대표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기도 하면서 한껏 권위를 내려놓고, 편안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또 후보 지원 연설을 하고, 시민들과 악수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길 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런 김 대표의 파격적인 모습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뉘었다. 반바지 차림이 “시원해 보인다”며 변화를 좋게 보는 입장이 있었던 반면, “혁신과 반바지가 무슨 상관이냐”며 ‘정치적 쇼’로 보는 입장이 크게 갈렸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 대표는 전날 평택 현장최고위에서 “새누리당이 이렇게 변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김 대표의 파격적 행보에 대한 반응은 갈렸지만, 7.30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것이 김 대표의 파격적 행보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로서의 영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스버킷챌린지
김 대표는 7.30재보선에서 반바지 차림의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원내 정당 지도부 중에서는 처음으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도전한다. 아이스버킷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이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SNS에 올린 후, 세 명을 지목하면, 그 세 명이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미국 루게릭병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한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홈페이지

2014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유행했던 이 캠페인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우리나라의 유명인들도 많이 동참해 캠페인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유행한 시기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정치인들은 최대한 몸을 사리고 언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무성 대표가 당 지도부로는 처음으로 8월 22일 오후, 당 연찬회의가 열린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 앞 광장에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도전했다. 당 소속 의원들과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직접 머리 위로 얼음물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시원하다고 외치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다음 아이스버킷챌린지 주자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에게 "찬물을 뒤집어쓰고 정신 차려서 당내 강경파들을 잘 설득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실장에게는 "너무 경직돼 있다"며 "찬물을 맞고 좀 더 유연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무성은 새줌마?
이렇게 김 대표는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캠페인에 동참한 데 이어,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속 캐릭터 따라잡기에 나선다. 바로 tvn에서 방영한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 캐릭터인 ‘차줌마(차승원+아줌마)’ 따라잡기다.

▲'새줌마' 컨셉의 새누리당 ⓒ김무성 트위터

김 대표는 2015년 3월 31일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4.29 재보궐선거 공약 발표회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에 참석해 “새누리당 4명의 후보가 모두 지역적합형 살림꾼이라며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선택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은 남은 한 달 동안 우리 후보들이 얼마나 ‘지역적합형 살림꾼’인가를 알리고 지원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 방송사에서 성황리에 방영한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다며, “차줌마가 어떤 요리라도 척척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경제와 국민을 살뜰히 챙기는 살림꾼인 새누리당의 모습과 무척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에 따라 김 대표는 머리에는 빨간색 두건을 두르고, 빨간 앞치마를 맨 ‘아줌마’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4월 21일에는 강화 석모도에서 직접 끓인 매운탕을 선보이기도 했다. 석모도에서 1박을 하면서 김 대표가 직접 시장에서 생선을 비롯한 매운탕 재료들을 구입해 요리를 하며 ‘새줌마’라는 이미지를 더 견고하게 굳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4.29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야당에 완승을 거두고, 김 대표에게는 ‘선거의 왕자’라는 새로운 별명이 따라붙는다.

자전거 타는 김무성
이렇게 친서민적 행보를 통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김 대표가 가장 최근 보여준 친서민적 행보는 바로 ‘자전거 타기’이다.

▲자전거 타는 김무성 대표 ⓒ김무성 트위터

지난 6월 7일 김 대표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를 누볐다. 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찬 기자간담회 장소인 여의도의 음식점까지 보좌진 없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얼마 전 만도에서 170만원을 들여 구입한 자전거라며, 이산화탄소도 절감할 겸 타고 다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자전거 타고 다니며 유세하는 게 좋아 보여서 하나 살까 생각했는데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에 오르막길이 많아서 전기자전거를 택했다”는 말을 덧 붙였다.

이어 “의원회관과 국회 본청을 오갈 때도 타 보고 괜찮으면 여의도 자택에서 국회까지 오는 출근길에도 이용할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또, “반응이 좋으면 전기자전거를 내년 총선 콘셉트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 대표가 자전거로 여의도를 누비고, 자전거를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활용하려는 까닭은 자전거가 서민들의 대표적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는 정치인에게 있어 서민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수단이다. 자전거는 비싼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소박한 이미지를 부여해 주면서, 국민들과 쉽게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일찌감치 헌정회 초청 강연에서 “나는 대권 자격이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대권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계속해서 이런 선언과는 매우 배치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충분히 차기 대권에 대한 야망이 있다고 보여질만한 친서민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야망은 김 대표의 공식 블로그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김 대표의 블로그에는 김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들로 가득 차 있다. 만약 정말로 대권에 관심이 없다면 이러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은 제외해 달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현재는 정계를 은퇴한 정치인인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항상 차기 대선 주자로 이름이 거론되지만 본인의 요청으로 인해 여론조사에서는 제외되고 있다. 손 고문 본인 스스로도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정치욕심을 산 생활로 닦아내고 있다”고 말하며 대선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김 대표는 자신이 앞서 선보인 것과 같은 친서민적 행보를 보일 때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2017년 대선까지 많은 기간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그때까지 많은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대선 출마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그가 언제쯤 대권에 대한 야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