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국내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 작업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나 가시적 변화가 없다. 역시 수십 년간 자동차 튜닝 불모지로 있다가 제도적 개선을 한순간에 이루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도 자동차 튜닝산업을 창조경제 일환으로 간주해 매진키로 했으나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일선에서 혼동을 느끼는 부분은 관련 부서가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까지 무려 세 개 부서다.

이에 따라 협회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작년 말부터 이뤄져 왔다. 특히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산업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결사적으로 통합작업에 매달려 왔다.

자동차 튜닝산업 관련 업무는 산업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산하에 협회를 두고 수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자동차 구조변경제도와 인증제도에 따른 책임은 국토부 산하 협회에 있다. 튜닝부품 중견기업 연구개발 등의 과제와 관련 전시회, 모터스포츠 활성화 등의 책임은 산업부와 본 협회에 책임이 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통합을 하고자 하는 것은 일선에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도 있으나 국토부 소관 업무인 자동차 구조변경제도와 인증제도 관련 바른 자문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조변경제도는 튜닝에서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한다. 인증제는 자동차 튜닝 민간 활성화 및 신뢰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통합이 이뤄지면 이 문제의 중요성 및 인식 제고, 정보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협회 통합은 쉽지 않다. 협회 구성과 방법, 활동내용이 다르기도 하지만 가장 문제는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통합코자 하는 의지와 서로에 대한 양보다. 심지어 기존 협회 명칭과 정관을 모두 버리고 공동회장과 등기이사 등도 동수로 하는 등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통합에 대한 의지가 약할 뿐만 아니라 내 것은 그대로 가고 상대방의 영역까지 내 것으로 하고자 하는 모습만 보인다. 그럼에도 간혹 언론을 통해 ‘우리는 통합을 위하여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왜곡된 정보가 흘러나온다.

흡수통합이라는 단어와 너희가 해체하면 통합을 받아들이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이 공공연히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균형 잃은 행동을 하면서 각자 언론을 통해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다.

필요하면 방송을 통해 쌍방간 100분 토론도 하든, 녹음 전제의 회의를 벌이든 책임감을 전제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서로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말고 모순된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당장은 통합이 요원해 보이는 만큼 당분간은 각자 국민에게 제대로 된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 작업에 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자동차 구조변경제도와 인증제도의 경우 중앙부서인 만큼 머지않아 담당자가 바뀌는 등 책임 희석이 반복될 것이다. 모든 것을 국민이 다시 짊어져야 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