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의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6월 2일부터 3일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워크숍이 있었지만 안철수 의원은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열린 TBS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방송에 참여해 이 자리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19대 대선 출마 시사
진행자 이철희가 안 의원에게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느냐”고 묻자, 안 의원은 “뚜벅뚜벅 걸어가며 하나씩 결과를 보여드리겠다”며 “판단은 제가 아닌 국민들의 몫”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진행자가 거듭 “출마하실 생각은 있느냐”고 묻자, 안 의원은 3번째 질문 만에 “그럼요”라며 19대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이 19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사진: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년 6개월 정도가 남은 만큼 안 의원의 대선 출마 공식화는 조금 이른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 대선이 많이 남은 이 시점에, 안 의원이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을 공식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안 의원의 대권 의지가 강력하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반응이다.

'뚜벅뚜벅' 걸어가기
현재 안철수 의원은 18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했던 약속들을 하나씩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공약을 실천해 가는 행동들이 안 의원이 말했던 대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로 해석될 수 있다. 안 의원은 18대 대선 당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지분 37.1% 중 절반을 기부해 재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는 미국으로 건너가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전 회장을 만나 기부와 재단 설립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빌게이츠 전 회장은 안 의원에게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재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올 3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조사한 재산등록 사항에 의하면 1569억 2494만원이었던 안 의원의 재산이 781억 7562만 6000원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의 절반이 사라진 것. 이 사라진 재산들은 안 의원이 설립한 재단인 동그라미 재단에 기부됐다. 기부금액은 670억원에 달한다.

박근혜 정권과 대립각 세우기
이렇게 자신의 공약을 지켜나가는 한편,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 집무실에 계시지 말고 현장에 직접 나서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인해 시름하고 있는 이때, 현 정권의 수장인 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이다.

또 안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정부에 대해서는 “당장 병원 정보 등 메르스 사태 관련해 국민이 알아야 할 사항들을 공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국민들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정보에 의존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말하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메르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결과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세계에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의료, 관광, 내수 경기 등에서 엄청난 경제적 후폭풍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전국민협력체제’를 갖춘다면 반드시 메르스 사태 확산을 막고 조기에 종결지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에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입장을 밝힌다거나, 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자제했다면, 이제는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가 마구 확산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허둥지둥하고 있고, 시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권 재출마를 공개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다름 아닌 의사 출신이다.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또,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장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 서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 이어 종합대책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페친(페이스북 친구) 중 ‘안철수 팬’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라며 질문을 던졌다.

“근래 안 의원이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며 김한길, 정대철 등 ‘비/반노계’ 분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런 방식 보다는 원래 ‘안철수 현상’의 근원으로 돌아가 국민 속으로 뛰어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동시에 ‘조직인’으로 움직이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또, 조 교수는 “야권 지지자 중 안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안철수 영향력 많이 떨어졌다. 나는 ‘안철수 팬’은 아니지만, 여전히 안철수는 필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안 의원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앞서 조국 교수의 발언에서 언급된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또한, “나도 좀 놀란 게 (안철수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젠 양보 하지마 그랬더니 웃더라고...”라는 발언을 전했다.

또한, 정 상임고문은 안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해 “혁신위원장 자기(안철수)보고 하라고 그랬을 때 혁신은 당신(문재인)이 해야 될 건데 남한테 약속해놓은 일을 넘기고 그런 것은 어색한 것이다, 그래서 자기(안철수)가 안 했다고 그러더라고”라는 거절의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이 문재인 대표와는 다른 자신만의 독자적 길을 걸어가겠다는 뜻을 확실히 내비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안철수 의원은 대권까지 많은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사진: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내부의 경쟁자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다음 대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 경쟁에서부터 이겨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현재 떠오르고 있는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는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 시장,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등이 있다.

이들 중 내부 경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당내 지지율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표다. 문재인 대표는 18대 대선에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나가 48.0%의 지지율을 얻어, 단 3%의 차이로 박근혜 후보에게 진 바 있다.

이렇게 많은 표를 얻었던 만큼, 다음 대선에서도 가장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노 세력이 문재인 대표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친노가 당 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의원이 경선에서 문 대표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령, 문재인 대표가 경선에 나오지 않는다 해도 친노 세력의 표가 안철수 의원에게 갈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속해 있지만, 안철수 의원은 비노계에 속하며, 친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가 당내 경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 표는 같은 친노 세력인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갈 확률이 더 높다. 안희정 지사는 충청남도지사 재임에 성공한 만큼 대권으로 가는 길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 박원순 시장 또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이것은 그만큼 박 시장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고,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다져왔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박 시장은 안정적인 행정과 강력한 리더십을 함께 보여주면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박 시장 자신도 최근 들어 대권에 대한 의지로 읽힐 수 있는 행보들을 이어오면서 대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외부적 경쟁자
안철수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한다고 해도 더 치열한 당 밖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여권인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무성, 홍준표, 김문수, 정몽준,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등이 대선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 보다 높은 만큼 대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2017년 19대 대선이 많이 남은 만큼 많은 변수들이 안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변수들을 이겨내고 3년 전 일으켰던 ‘안철수 현상’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 과연 안 의원이 이러한 내외적 여러 난관을 헤치고 야권의 대선 주자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