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최측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21일 소환했다.

검찰은 또 이날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기업 본사를 3차 압수수색, 폐쇄회로(CC)TV 원본 등을 확보해 분석중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날 오후 12시 25분께 경남기업에서 홍보·비서 업무를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비밀장부 존재 여부, 리스트에 오른 8명 외에 추가로 다른 인물이 존재하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없다"고 말했다.

▲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 중 한명인 전 경남기업 상무 박준호 씨가 21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승모 씨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박 전 상무는 "특별히 기억 나는 건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끓기 이틀 전 윤 전 부사장과 성 전 회장의 만남에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대화를 알 수 있다는 인물로 거론돼왔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족 이야기 외에는 없었다"면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비롯해 비서·홍보부문 부장과 상무를 지냈다. 현재 경남기업 계열사인 대아건설·온양관광호텔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을 12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핵심 측근인 만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방법, 액수 등을 상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인지, 성 전 회장의 로비와 관련한 명단이나 장부를 별도로 작성·보관하고 있는지,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성 전 회장과 대책회의를 가졌다면 주로 어떠한 사항을 논의했고, 별도 지시나 당부한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박 전 상무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비서실장 등 다른 측근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경남기업 본사 등 업체 4곳과 전·현직 임직원 11명 자택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하고, 전날에는 회사 자금담당 직원과 보안담당자를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