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자성의 소리라면 좋겠지만 비난의 소리여서 마음이 아프다. 사회에 희망과 소망을 전하기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국 교회의 현실이 가슴 저미게 슬프다. 스스로 ‘한국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라는 비난에 동조하며 무엇인가 해보려 몸부림도 쳐보지만 그때마다 우리 앞에는 ‘좌절’과 그로 인한 ‘자괴감’이란 괴물이 버티고 서 있다.

한국 교회, 특히 목회자를 판단하는 가치기준은 오직 ‘성장’이란 한 단어로 집약된다. 교회가 얼마나 큰가라는 물리적 기준은 목회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심지어는 같은 잣대로 교회의 건강성까지 평가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할 노릇인가. ‘성장’이란 한 단어는 한국 교회 안에서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것을 담보해 준다. 그러니 목회자들이 오로지 ‘성장’을 성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그로 인한 폐해는 안중에도 없다. ‘성장’을 이루면, 과정에서 생긴 폐해쯤은 얼마든지 덮어질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그렇게 ‘성장’이란 화려한 포장 뒤에 치부를 감추고, ‘아름답고 화려한 포장’과 ‘빛과 소금의 역할’을 맞바꾸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 그들에겐 사치인지 모르겠다.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이미 소금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그 소금은 길바닥에 버려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국 교회에 있어 소금의 짠맛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자기성찰을 통한 반성이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좌절’과 그로 인한 ‘자괴감’이란 괴물을 딛고 일어서서 우리 앞에 예약되어 있는 ‘희망’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 넘치는 눈부신 4월이다. 4월은 물리적인 조건에 의해 우리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러나 이 눈부신 4월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이 없어서, 직장에 매여서, 돈이 없어서 그저 눈앞에 펼쳐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4월을 속절없이 보내야 한다. 소금의 짠맛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좌절하고 주저앉아 버린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없다. 우리 스스로 한국 교회의 희망을 저버리는 것이다.

지금은 삭풍한설 몰아치는 눈 덮인 계곡에 서 있지만 그 눈 속에는 이미 그 눈을 녹이는 봄이 와 있다는 희망, 눈부신 4월이 ‘좌절’과 함께 숨 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눈부신 4월이라는 희망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계절이 가져다주는 물리적인 4월이 아니라 진정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부활과 소망의 4월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앞에 와 있는 그런 4월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얻어내는 모두의 4월을 만들어 가자.

인류의 소망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생각하며…….

월간 디사이플 前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