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조수진 기자]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선친인 고 정세영 회장의 묘지를 상수도보호구역인 개발제한구역에 조성하고 해당 지역인 양평군청의 고발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물의를 빚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불법으로 묘지 조성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조성되어 있다. 살아 생전 수상스포츠 마니아였던 정 명예회장의 유언을 받들어 아들인 정몽규 회장은 이 곳에 선영을 모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포니'를 만든 故 정세영회장(좌)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우)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묘지가 위치한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구역이다. 때문에 1975년 7월 9일 이전에 이곳에서 거주한 주민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묘지 조성이 허락되고 있다.

상수도보호구역에 묘지를 불법으로 조성할 경우 장지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묘지를 필히 이장해야 한다.

정 명예회장이 타계한 지난 2005년, 이 곳에 묘지가 조성되자 양평군은 이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당시 정몽규 회장은 벌금을 냈을뿐 묘지 이장을 검토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장은커녕 작년 10주기를 맞아 묘지 입구까지 도로포장을 비롯해 묘지에는 정세영 회장의 모습과 포니자동차가 새겨진 추모조형물을 설치하고 조형물 앞쪽으로는 보도블럭을 깔아 정돈, 뒤편으로는 계단을 만들어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등 추모공원의 모양새를 갖췄다.

이에 양평군청은 지난 7월 24일 다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같은 해 12월 4일 정몽규 회장을 약식기소하기에 이르렀다.

▶향후 이장 여부는

정몽규 회장은 약식기소 이후 도로포장을 제거하고 보도블럭을 철거하는 등 묘지 주변의 원상복구를 시작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추모조형물 역시 철거를 하는 진행작업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묘지 이장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평군청은 정 명예회장의 묘지에 대해 오는 10월까지 이장할 것을 명령했다. 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묘지의 이행강제금은 5백만원으로 1년에 두 차례 부과된다.

하지만 양평군청 관계자는 “관할기관에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이행강제금을 청구하는 것 뿐”이라면서 "정몽규 회장이 벌금을 계속 내면서 이장을 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으로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