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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갑질 경영에 조종사들 뿔났다
조수진 기자 | 승인2016.05.20 13:08

[미디어세상=조수진 기자] 2015년 입금 협상 결렬로 시작된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동조합간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조종사들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자 조종사들은 조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회사는 노조위원장인 이규남 기장을 부기장으로 강등시키고 회사를 비하하는 스티커를 부착한 조종사들을 단체로 징계하기에 이르렀고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 청원 서명에 돌입할 예정이다. ‘땅콩회항’ 등 슈퍼갑질로 망신을 당한 대한항공의 갑질 경영에 조종사들이 전쟁을 선포했다.

▶입금협상 결렬로 시작된 노사간 갈등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20명이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몫, 돈은 회장몫’, ‘대한항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등 회사와 경영진을 비난하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2015년 입금 협상이 계속해서 결렬되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원 일부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몫, 돈은 회장몫’, ‘대한항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등 회사와 경영진을 비난하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들 20명에게 지난 3월 자격심의위원회를 통해 스티커 1회 부착 적발 조종사는 견책, 2회 이상 적발 조종사는 일주일 비행정지 등의 징계를 의결했다. 또한 조 회장이 고소 당한 후 지난 17일 중앙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최종 징계를 결정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내부절차 진행 중이며 조만간 개인통보 예정”이라 밝혔다. 지난 번 1차와 비슷한 수준의 징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사 간의 갈등이 그 사이 더 깊어짐에 따라 사측이 중징계를 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노조위원장인 이규남 기장의 강등 정당했나

지난 4월 1일 오후 1시 5분 인천 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KE905편 비행에 나섰던 이규남 기장(조종사 노조위원장, 당시 해당 비행기 기장)은 외국인 부기장과의 마찰로 브리핑 시간이 지체 되면서 총 44분간의 지연출발에 대한 징계로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됐다.

입금 협상 결렬로 시작된 노사 관계가 시간이 지날 수록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회사는 노조위원장인 이규남 기장 등 노조 간부들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대한항공 측은 이 기장의 강등사유에 대해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고, 외국인 기장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업무 활동을 방해하는 행동을 했다”면서 “기장은 승객 서비스를 위해 승무원을 지휘감독해야 하는데 스스로 문제를 야기시켜 비행시간을 지연하고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해 기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유럽행 편수 여객기의 경우 대부분이 중국 영공을 통과하게 되어 항공기간의 안전한 간격유지를 위해 출발 준비가 되어도 항공관제기구에 의해 지연출발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라 설명했다.

이어 이 기장의 비행편 역시 항공관제기구에 의한 30분간의 지연이 있었으며 이를 전체 44분간의 지연출발에 포함시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외국인 부기장이 비행전 필수인 브리핑 참여에 방관자적 자세를 보여 이 기장과 마찰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이 기장에게만 징계가 내려지는 것은 노조위원장인 이 기장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 의심했다.

대한항공은 “관련 외국인 기장은 현재 개인 지병체크를 위해 휴직 중이며 이 기장의 징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별도로 징계여부를 검토 할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 일하는 외국인 기장들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단기 계약을 맺어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재 6개월 무급 휴직 중인 외국인 기장에 대한 징계 시기는 이미 놓쳤다는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노조 측 간부인 박종국 기장의 파면을 강행했다. 비행거부로 인한 의도적인 운항 방해가 그 이유다.

박 기장은 지난 2월 21일 인천 발 마닐라 행 KE612편의 기장으로 마닐라에 도착했다. 박 기장은 바로 예정된 마닐라발 인천행 KE624편 비행에 앞선 브리핑을 통해 자신이 비행할 경우 최대 12시간인 단체 협약 상의 비행 시간 규정을 어기게 될 것으로 보고 다른 기장에게 조종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은 “복편인 KE624편 300여명 승객의 안전과 불편을 볼모로 하여 본인이 고의로 비행시간을 연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행근무 시간이 초과했다고 비행을 거부했다”며 “박 기장의 비행거부는 의도적으로 항공기의 운항업무를 방해하고자 한 것”이라고 파면 사유를 설명했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이처럼 회사가 노조 간부에 대해 연이어 중징계를 하는 이유에 대해 노조 측은 보복성이라 강조하고 나섰다.

조양호 회장이 댓글을 달며 조종사들의 공분을 샀다(사진:페이스북 캡처)

지난 3월 대한항공 김 모 부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행 전 조종사의 업무가 많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댓글을 달고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라 반문하며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가는데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2014년 12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슈퍼 갑질에 이어 대한항공 회장이 자신의 직원들에게 ‘개가 웃는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폄훼하자 노조는 지난 5월 4일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조 회장을 고소했다.

대한항공은 이 문제와 관련해 말을 아끼며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거듭 되풀이했다. 조 회장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4월 중국의 택배 회사 순펑(順風)의 배달원이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배달 중 중년 남성에게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택배 배달원 펑(馮·27)모씨가 몰고 있던 삼륜차에 후진하던 승용차 뒷부분이 긁히자 차량을 몰던 중년 남성 리(李·58)모씨가 배달원의 뺨을 다짜고짜 6차례에 걸쳐 때리고 자리를 떠난 것.

중국의 택배회사 순펑의 왕웨이(王衛·45)회장. 그의 회사의 최대 자산은 직원이라는 경영 마인드를 이 시대의 갑들은 되새겨야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순펑 회장 왕웨이(王衛·45)은 “접촉사고를 낸후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직원에게 가한 폭행은 부적절했다"면서 "해당 직원을 폭행한 남성을 고소했으며 남성과 합의할 생각이 없다. 이번 일을 간과한다면 난 회사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 말하고 강경 대응에 들어갔다.

이는 평소 왕웨이 회장이 강조하던 ‘기업의 최대자산은 직원’이라는 경영 철학을 몸소 실천하며 진짜 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사례로 이슈가 됐다.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직원이라는 왕웨이 회장의 말을 이 시대의 갑들은 뼛속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 노조, “회사 바꾸겠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 같은 갑질 경영에 뿔난 노조가 유례없는 강경 입장을 취했다. 노조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의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항공법 위반에 대한 실태를 알렸다.

입금 협상으로 시작된 노사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결국 노조는 회사를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특별세무조사 청원 서명을 준비중이다(사진:대한항공 노동조합)

항공법에는 2명(기장1, 부기장1)의 조종사가 운항할 경우 최대 승무시간은 8시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초과시 조종사를 증원해 운항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2명의 조종사로 운항하는 노선 중 항공법을 위반하여 8시간이 넘는 승무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엄연한 항공법 위반이고 조종사들의 과로로 인한 피로는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조종사의 항공 시간 준수가 안전한 운항으로 직결되는 만큼 승무시간 준수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자료를 넘겨 받은 국토교통부는 "가상의 예시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불분명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조는 조종사들을 상대로 견책, 비행정지, 강등, 파면 등 중징계를 남발하는 회사를 상대로 특별세무조사 청원 서명 운동을 계획했다.

노조는 “회사는 저유가로 인한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경영을 하며 부당 내부거래와 기업 지배구조의 불법적인 자금 유용을 일삼는다”며 “특별 세무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청원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구조개혁을 이뤄내는 것이 회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뿌리채 회사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매년 노사간의 입금 협상은 난항을 겪지만 이번 대한항공 사태는 회사의 갑질 경영 마인드와 노조의 강경 대응이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sujin@media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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