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이주현 기자] 지난 17일 새누리당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장 및 비대위원 선출안 추인과 김용태 혁신위원장 선출안을 의결하기 위해 소집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며 대놓고 비박계로 구성된 비대위와 혁신위원장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전국위 무산 직후 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뼛속까지 새누리당을 혁신하겠다는 김용태 의원의 한여름밤의 꿈 같던 하루를 돌아봤다.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되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비대위원장을 겸임으로 맡으며 원내대표-비대위 겸임체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계파 논리를 초월한 정당재창조를 위해 마누라 빼고 다 바꿀 것을 강조하며 15일 비박계 3선의원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어 비대위원의 구성 역시 비박계 의원의 비중을 높여 당 안팍에서 쏟아지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 상견례를 통해 “우리는 당의 변화와 당의 혁신을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번에 비대위원에 내정되신 의원님들 새로 당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저와 함께 당을 이끌어 가실 분들”이라 밝혔다(사진:새누리당)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 상견례를 통해 “(민심에) 반드시 대답해야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라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혁신위원회를 꾸려 비대위원회와 같이 뼛속까지 새누리당을 완전히 바꿔서 국민들에게 답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이 같은 비대위-혁신위 체제에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1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를 향해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 혁신위원장이 됐다”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굉장히 고독한 결정을 한 것 같다”면서 두 의원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비대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비박 대 친박이 6대 4 비율로 구성됐다는 지적에 거의 균형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비대위가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의원들이 우려를 많이 표시하고 있다”며 비대위 구성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친박계, 전국위원회 집단 불참해

새누리당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안을 추인하려 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안을 추인하려 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이를 두고 친박계 보이콧이라는 여론에 홍문종 의원은 정 원내대표의 리더쉽을 문제 삼았다(사진:홍문종 페이스북)

새누리당 상임위원회는 전국위의장과 부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시·도당 위원장 등 총 5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16명에 불과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며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전국위원회 역시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 상임의원,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지방자치단체장 등 총 86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과반이 안되는 364명만 참석해 회의 개최 자체가 무산되며 갈 곳을 잃었다.

한편 상임위와 전국위의 불참자 대다수가 친박계 의원으로 보이콧(중단)을 통해 비박계 의원들의 비중이 더 높은 비대위-혁신위 체제에 불쾌감을 드러낸 집단 행동이라는 것이 정계의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없고 친박당-비박당만 남았다

17일 상임위와 전국위가 무산되자 여기저기서 당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임위 임시의장직을 맡은 정두언 의원은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 비난하며 “동네 양아치들도 아무 명분없이 이런 짓은 안할 것”이라며 분노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는 상임전국위 무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사진:김용태 홈페이지)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의 자폭으로 새누리당이 공중분해 된 격”이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 전국위의 무산으로 비대위원장에는 아직 오르지 못했지만 원내대표직을 걸고 “사태 수습에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전국위 무산후 이날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문을 통해 “오늘 새누리당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비박계 의원들의 만류를 뒤로 한채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마지막 혁신의 기회는 사라졌다”고 비난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 그들에게 무릎 꿇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18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상임위, 전국위 무산에 관해 “언론에서 친박이 상임전국위에 불참해서 열리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른바 비박이라는 분들도 많이 참석 안했다”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좀 더 리더쉽을 발휘하고 미리 소통해 당내 협치를 이뤘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말해 당내 계파 갈등을 애써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계파 갈등이 완화되기는 커녕 상대 계파를 견제하고 보이콧을 선언하며 대놓고 집단 행동을 불사하는 등 친박-비박간의 끊임없는 주도권 경쟁이 계속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야당에 원내 1당을 내주며 위기에 놓인 새누리당의 미래는 한동안 암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