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이주현 기자] 새누리당이 지난 11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를 추대했다. 총선 참패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친박’진영의 지지를 받은 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 당청의 수평을 강조했던 처음과 달리 여전한 수직구조를 이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이는 총선 참패 후 민심을 반영해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혁신적 비대위 체제로 가겠다는 당초의 계획에서 벗어난 것으로 친박세력이 주도하는 원래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 ‘친박’이 다해먹겠다?

새누리당은 11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고 혁신위원장에는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11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것을 결정했다(사진: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임시 지도부 성격의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 등 통상적 정당활동을 담당할 것”이라며 “새로 구성될 혁신위가 전당대회까지 당 지도체제와 정치개혁안 등 혁신안을 담당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다. 혁신위에서 아무리 좋은 혁신안을 내놓아도 비대위를 통과되지 못하면 혁신안은 사라진다. 그래서 현재의 원내대표 겸임 비대위 체제는 혁신위의 권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요소가 높아 당 안팍의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

▶당내 비박계 반발 나서

새누리당 김영우 외교통일위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따로 혁신위원회가 구성된다는 것은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가 아닌 부착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것의 다름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혁신형 비대위가 무산되자 당내 비박계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사진:김영우 홈페이지)

김 의원은 “지금은 말그대로 새누리당의 비상상황”이라며 “혁신 비대위가 당의 체질과 운영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계파이기주의와 공천추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가벼이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의 평온함과 안락함이 지속된다면 나중에는 손도 못써보고 가라 앉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또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당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총선 끝나고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을 기대했다”며 “실제 그게 필요한 시점인데 정진석 체제가 원유철 원내대표 당시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그러면서 친박계가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모양새가 아니냐는 질문에 “혁신적 비대위 구성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분들은 혁신적 비대위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분들의 의사가 반영 되고 있다는 의심이 들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비난 거세지자 “두고보면 알 것이다”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당안팍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파 논리를 초월한 정당재창조를 위해 마누라 빼고 다 바꿀 것”이라며 “신임 원내지도부 및 차기 당권에 친박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지적은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안팍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자간담회를 통해 친박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을 일축하고 혁신위의 기능을 강화해 당 쇄신에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사진:새누리당)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게 된 것은 당선자의 70%가 비대위-혁신위 투 트랙으로 가자고 한 총의를 존중하는 차원”이라며 “120명 중에 유일하게 선출된 당지도부로서 혁신위원회 구성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원내대표는 “총선 참패를 덮기 위한 땜빵, 땜질, 미봉하는 혁신위는 아니라”며 “총선 참패 원인 진단과 계파 해체 방안, 그리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