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부터 사흘간 (사)한국전기차협회 주관의 일본 전기자동차 시장 방문이 있었다. 2014년 유럽과 이듬해 중국에 이은 세 번째 탐방이다.

현지 전기차 시장 탐방 결과 일본에 설치된 충전기는 지난달 기준으로 완속충전기가 1만6000기가 설치돼 있다. 급속충전기는 약 6000기다. 국내 급속충전기는 약 330기로 일본의 약 20분의 1 정도다.

국내 순수 전기차는 올해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약 5000여대이지만 일본은 6만5000여대에 이른다. 국내에서 법적 정리를 못해 운행도 못하는 일명 ‘마이크로 모빌리티’라는 초소형 친환경 이동수단은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간 5000여대가 공급돼 있는 상태다.

산업적 규모나 자동차 활성화 등 여러 면을 감안하면 국내는 일본 전기차 인프라의 약 25~30% 수준으로 판단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정부 역할이다.

국내는 충전기 보조금 자체도 미약해 민간 차원의 설치는 꿈도 꾸지 못한다. 반면 일본은 기기비는 물론 설치비의 과반을 보조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일본은 5년을 기준으로 충전기 관리비용을 대부분 지원한다. 물론 우리는 충전기 자체도 거의 없다. 그나마 설치된 인프라도 정부 차원의 관리비 지원이 없다.

국내 정부는 실적과 보고 위주에 초점을 맞춰 전기차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 국내와 일본의 정부 체계가 비슷하다 해도 관련 인프라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가했던 일본 국토교통성 총괄책임자는 전기차를 되도록 많이 보급하고 충전기를 확대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국민에게 전기차를 직접 체험을 통해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간다는 의미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기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연료전지 등 4가지 차종으로 구성된 친환경차 보급률은 24.3%이다.

충전기 사업을 총괄하는 일본 NEV센터가 60여명의 카운셀러가 충전기 설치에 대한 자문을 실시간으로 해주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해서도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이 우리보다 3~4년 앞서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웃나라에서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이제라도 전기차와 충전기의 제대로 된 보조금 제도와 지원제도는 물론이고 대국민 긍정적인 인식을 위한 한국형 전기차 운행자의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형 선진 전기차 구축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중앙정부 컨트롤타워의 체계적인 정리와 함께 산학연관의 중지가 모여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