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김종인 대표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지난 18일 가습기 살균제 가해업체로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피해보상을 약속한 롯데마트가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를 깨트린 사실이 드러나 ‘이중적 태도’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5명이 롯데마트와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한빛화학 등 5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지난 1일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강제조정은 법원이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재판 당사자들에게 합의금을 정해 조정하는 절차로 통상적으로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 전 원고 측과 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협상을 통해 합의금을 결정하는데 이들 피해자들과 롯데마트 측은 이미 합의금 조율을 마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30일까지 피해자 가족에 수십억 원을 배상하라고 액수까지 지정해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마트 측은 지난 22일 법원에 의의신청을 냈다.

▲롯데마트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 나와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나흘 뒤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를 깨고 의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100억원 규모의 피해보상을 약속한 롯데마트가 추후 보상 규모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의의신청을 결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결국 롯데마트가 보상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갑작스런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는 3억원의 배상 결정이 나온 다른 피해자 가족에 대해서도 의의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져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또한 당초 양측은 조정 전에 수술비와 치료비 20억여 원을 지급하는 대신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였다. 합의 조건에 "수사기관에 나가지 말라"는 롯데마트 측 요청으로 피해자 가족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때문에 롯데마트의 이런 이중적 태도는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공식사과를 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서 보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법원에서 먼저 조정안이 나왔다”며 “조정안은 보상기한이 있기 때문에 그 기한 안에 당사가 보상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의의신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보상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같은 보상은 '입막음식'으로 비춰질 수 있어 사과와 보상을 약속한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했다”며 조정 금액이 많아 줄이려거나 피해 회복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상을 약속해놓고 조정보다는 피해 보상 기준 마련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롯데마트의 태도에서 사과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에 대한 전담 업무를 담당할 '피해보상 전담팀'을 구성해 지난 25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는 보다 면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