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100억 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관련, 변호사 과다 수임료 의혹이 재판 로비 스캔들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법조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2년여 동안 동남아 등에서 백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결국 2심에서 4개월 감형,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원정도박이 아닌 로비 의혹으로 다시 한번 법조계 중심에 섰다.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정 대표의 항소심을 맡은 변호사 A씨가 정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서울 강남경찰서에 정 대표를 고소하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정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변호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착수금으로 건넨 20억 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했고 A 변호사가 이를 거절하자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이후 확인된 사실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초 A 변호사가 요구한 수임료는 50억 원으로 정 대표가 보석 신청을 위한 20억 원을 먼저 건넸고 나머지 30억 원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 질 경우 성공 보수금으로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정 대표의 보석 신청은 기각됐고, 정 대표 측에서 A 변호사에게 20억 원도 성공 보수금이라고 주장하며 수임료 반환을 요구하다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반면, A 변호사 측은 정 대표의 보석을 약속한 적이 없고, 수십 명의 항소심 변호인단을 꾸린다는 조건으로 수임계약을 맺었다며 수임료는 상습도박 혐의뿐만 아니라 정 대표가 얽힌 민.형사 사건과 관련한 변론에 쓰였다고 맞섰다.

그런데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중심으로 정 대표가 자백한 사건의 항소심 수임료가 2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과다 수임료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A 변호사가 과도한 수임료를 받았다며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A 변호사 측은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부 로비 사건을 폭로하고 나섰다. 폭행 의혹이 법조계 로비 스캔들로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사진=JTBC 방송 자료화면 캡처)

▶ 변호사 폭행 사건이 법조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

A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수십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렸다면서 실제로 자신이 받은 수임료는 수천만 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지인을 동원해 자신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재판장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며 정 대표의 재판 로비 의혹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이러한 의혹 중 실제로 정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는 건설업자 이 씨가 브로커로 나서 항소심 재판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브로커 이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일식집에서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인 B 부장판사를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이날은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이 배당된 당일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부장판사는 정 대표 사건이 배당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다음 날 배당 사실을 알고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리 약속했던 식사 자리에 참석했을 뿐이라며 당시 정 대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돼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넘겼고, 이 씨가 법조 브로커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 부장판사가 재판을 기피한 이후에도 정 대표가 재판부 로비를 계속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A 변호사 측은 현직 판사가 재판부에 항소심 진행 상황을 전화로 문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현직 판사를 통해 항소심 담당 재판장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물었다면서 해당 판사로부터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답변을 들은 정 대표가 변호인단 교체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점입가경으로 확대됐다.

▶ 정운호 대표 재판 로비가 끝이 아니다? 검찰까지 확대

이러한 가운데 정 대표가 검찰에까지 구명 로비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법조계 전반으로 불이 옮겨 붙였다.

A 변호사는 정 대표 항소심을 담당한 변호사 중 검사장 출신인 C 변호사가 검찰에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변호사는 정 대표의 구명 활동을 도운 유력 법조계 인사 8인의 명단이 적혀 있는 자필 메모지를 공개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 메모에는 항소심 재판장인 B 부장판사뿐만이 아니라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적혀있었다.

이 리스트는 정 대표가 이들을 통해 검찰에도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또 이 근거로 검찰이 지난 1월 열린 정 대표 항소심에서 원심 구형 형량인 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한 사실이 거론됐다.

뿐만 아니라 2014년 검찰은 마카오 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수사했으나 정 대표는 2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정 대표의 변호인단은 정 대표가 카지노에 출입하지 않았다는 호텔 확인서를 추가로 제출했는데 검찰은 이례적으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 변호인단 자료를 토대로 2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특히 변호인단에는 검사장을 지낸 C 변호사가 포함됐는데 정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 C 변호사가 힘을 써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때문에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이 대규모 법조게이트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B 부장판사에게 정 대표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브로커 이 씨가 조만간 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수많은 로비 의혹과 관련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