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장중구 기자] 이번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참패를 당했다. 집권 여당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야당에 원내 1당을 내주고 민심에 무릎을 꿇었다.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의 당내 내홍을 총선 패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김무성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에 원유철 원내대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친박계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된 것에 비박계가 반발을 하며 원 원내대표는 19일, 새 원내대표가 뽑히는 대로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총선이 끝나고 민심이 심판했지만 아직 새누리당은 전쟁 중이다. 이 전쟁은 공석인 당 대표직 자리를 두고 본격화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공천, 전쟁의 서막 열리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11일 인선에 난항을 겪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이한구 의원을 임명했다. 이한구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3선을 하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친박계 인사다.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3차회의에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10명의 공천관리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공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에서 당론으로 확정하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공천 룰대로 여러분들은 관리를 잘 해주시기를 부탁한다”며 “정당이라는 것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공천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다. 공관위는 그런 방향으로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이 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해 안정되게 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공관위를 통해 2월말까지 공천 절차를 마무리 한 후 3월 초 전국 경선을 마치고 3월 중순까지는 총선 후보자를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살생부·막말, 파문 주고 받으며 내홍 깊어지다

하지만 공천 과정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난 2월 27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친박계 핵심 인사가 김 전 대표에게 현역중 비박계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고 밝히며 이른바 살생부 논란이 불거졌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3김(金)시대의 음모정치의 냄새가 난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고 친박계 최경환, 윤상현 의원 역시 “친박계가 김 전 대표에게 살생부를 줬을 리 없다”며 진위 파악을 요청하자 새누리당 최고위는 당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전해들은 적도 없다”고 부인하며 “파문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 전 대표를 향해 막말과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즉각 사과를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윤 의원은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인천 남구을에 출마했다(사진:티비 캡처)

살생부 논란이 잠잠해 질 무렵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막말이 담긴 녹취파일을 한 언론이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는 윤상현 의원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에서 “김무성 죽여버려. (비박)다 죽여.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리라 한거야. 내일 공략해야 돼”라며 욕설과 막말을 내뱉은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윤 의원은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러한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즉각 사과에 나섰지만 당 대표를 향한 강도 높은 욕설과 막말 여파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지난 3월 16일 7차 공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비박계 의원들과 친유승민계 의원을 대거 공천배제 시키자 공천 배제된 해당 의원들은 즉각 보복공천이라며 반발에 나섰다(사진:티비 캡처)

그러면서 이 공관위원장이 지난 3월 16일 7차 공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비박계 의원들과 친유승민계 의원을 대거 공천배제 시키자 이번에는 청와대 공천 개입설에 무게가 실리며 또 다시 당 공천 과정에 문제가 제기됐다. 공천 배제된 해당 의원들은 즉각 보복공천, 찍어내기 공천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공관위원장의 독주는 멈추지 않았다. 공천 심사 전날 까지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은 공관위와 최고위는 사실상 유 의원의 공천을 배제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공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유 의원은 후보자 등록일을 불과 한시간여 앞두고 탈당을 선언하며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총선 전, 옥쇄 파동으로 최고조에 달한 친박-비박 갈등

총선 후보자 등록일인 지난 24일 김 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 과정에서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사랑하는 동지들이 당과 멀어졌다”며 국민공천제를 통해 그렇게 막고자 했던 ‘탈당과 당내 분열’이 되풀이 된 것에 자괴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 잡아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최선의 길이고 당헌당규를 지키고 올바르게 적용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확신했다”며 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구갑, 동구을, 달성군 등 최고위 의결이 보류된 5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의결을 하지 않고 무공천 상태로 남기겠다는 뜻을 밝히며 당 대표직인 날인 거부에 들어갔다.

이른바 옥쇄 파동이라 불리는 김 전 대표의 대표직 날인 거부는 당내 공천 과정에서 이 공천위원장의 지나친 월권 행동을 참아오던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였다. 하지만 절반은 지키고 절반은 내주며 어느 쪽도 이기지 못한 채 집권여당의 한심한 공천 과정을 지켜보던 민심만 잃은 꼴이 됐다.

▶총선 후 당내는 여전히 전쟁 중

새누리당에게 제 20대 총선의 결과는 잔인했다. 과반 의석 확보를 목표로 했던 초기 계획을 여러 번 낮추며 민심에 지지를 호소했으나 과반 의석 확보 실패를 넘어 집권여당으로서 야당에 원내 1당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14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은 평당원으로 돌아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선택을 소중히 여겨 국민과 소통하고,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당 대표직 사의를 밝혔다(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김 전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의 오만과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심야에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원유철 원내대표를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비박계 의원들은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가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발에 나섰다. 정두언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권력을 위해 입안의 혀처럼 군 사람에게 뭘 기대하겠냐”며 “한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라 비난했다.

또한 당내 개혁적 성향의 김세연·이학재·황영철·오신환 의원 등은 ‘원유철 비대위 체제 반대 성명’을 내고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원내대표를 최단 기간 내에 선출한 뒤 당의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비대위는 관리형이 아닌 혁신형 비대위로서 당을 환골탈태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무소속 의원을 무조건 복당시킨다고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는 없다"면서 "제1당을 만들어도 여소야대는 여소야대인 만큼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국회운영 방안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14일 긴급최고위를 통해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추대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원 원내대표는 5일만에 빠른 시간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이처럼 당내 반발 의사가 거세지자 원 원내대표는 “최근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당의 분열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이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려고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당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된 새누리당은 6월 약속된 전당대회보다 시기를 앞당긴 5월에 전당대회를 열 것을 알려졌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어려운 형국을 헤치고 나갈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있어 당내 화합보다는 어느 계파가 당 대표직을 맡을지 줄다리기에 들어가며 새누리당의 집안싸움은 본격화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