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장중구 기자] 지난 13일 치러진 제 20대 총선의 가장 큰 이변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다. 더민주는 16년만에 야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기염을 토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광주의 8석을 모두 가져가며 녹색 돌풍을 일으키자 호남에서의 패배로 인한 반쪽 승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을 5일 앞둔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는 호남에서 단 3석을 얻으며 호남의 지지없이는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던 문 전 대표의 고뇌가 시작됐다.

▶문재인 호남 찾아 지지 호소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을 5일 앞둔 지난 8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야권의 심장인 호남을 찾았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사죄와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없이는 정치도 대선출마도 없음을 강조했다(사진:문재인 블로그)

문 전 대표는 8일 광주에서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호남 분들의 전폭적 지지를 밑거름 삼았던 제가 한 번도 제대로 된 승리의 기쁨을 돌려드리지 못했다”며 “당의 분열을 막지 못했고, 후보 단일화도 이루지 못했다”고 밝히며 호남에 상실과 고립을 안겨 죄송하다는 사죄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여러분의 실망과 섭섭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여러분의 애정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부족하고 서운한 점이 많아도, 그래도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교체 해낼 정당은 우리 더불어민주당 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며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2일 전주를 방문해 국민을 향해 사죄의 큰절을 올리며 더민주를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사진:문재인 홈페이지)

이어 총선 하루 전날인 지난 12일 전남 순천을 다시 방문한 문 전 대표는 노관규 후보의 선거 유세에 나서 호남을 향한 사죄의 절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끝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야권이 쪼개져 선거를 치르게 된 현실이 정말 송구스럽다”며 다시 한번 호남의 지지없이는 정치도, 대선 도전도 없음을 강조했다.

▶문재인의 읍소에도 흔들리지 않은 호남

하지만 거듭된 문 전 대표의 읍소에도 호남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20대 총선 개표 결과 국민의당은 광주 지역구 8곳, 전석에서 승리했고 전북 지역구 10곳중 7곳을 차지했다. 전남 역시 10곳 중 8곳을 가져가며 더민주를 제치고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장악했다.

제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는 호남에서 단 3석을 확보하는데 그치며 국민의당에게 호남을 내줬다(사진:중안선거관리위원회)

더민주는 전북 익산갑 지역의 이춘석 후보,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의 안호영 후보,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의 이개호 후보 등 단 3곳의 호남 의석을 확보하는 것에 그쳤다.

아울러 더민주 전략공천 1호로 내세운 광주 서구을의 양향자 후보가 국민의당 천청배 후배에 20%p 이상의 차이로 참패하고 광주 동남갑의 최진 후보, 광부 북갑의 정준호 후보 등 광주에 공천한 영입인사들이 전부 무너지며 공천 과정에서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호남에서 얻은 23석을 포함, 총 38석의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4일 서울 마포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승리”라며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호남없이 대권 도전 가능할까

문 전 대표가 8일 5.18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호남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사진"문재인 블로그)

더민주 문 전 대표는 14일 20대 총선 결과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한 것과 관련해 “우리 당의 호남 패배는 아주 아프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는 호남의 지지 없이는 어렵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국민들이 우리 당에 대해 더 노력하라고 회초리를 들어준 것이라 생각하고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 목포에서 당선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광주에 와서 호남의 지지 없이는 대선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언급한 것을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며 호남 패배 책임론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를 향한 이 같은 압박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약 1년 8개월여. 더민주의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으며 총선에서는 압승을 거뒀지만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를 향한 호남의 민심이 돌아선 지금 문 전 대표의 고뇌는 깊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