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2016년 한 해의 시작부터 들려온 아동학대의 참극은 온 국민을 공분케 했다. 방임, 폭행은 물론 사망한 아이를 몰래 암매장하기까지 했다.

사망한 아이의 시신을 훼손해 4년 동안 방치한 사건도 있었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아이를 사망케 하고 야산에 암매장 한 사건이 이어졌다.

이렇게 자칫 잊혀질 뻔 한 사건들은 모두 지난해 12월 부모의 아동학대로부터 맨발로 탈출한 ‘인천 11세 아동 탈출 사건’을 발단으로 시작된 대대적인 장기결석생 전수조사로 실체를 드러낸 사건들이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집 가스배관을 탈출한 16kg의 작은 아이가 아니었으면, 이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고, 아직도 아동학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많은 아이들이 방치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예방접종 미접종, 결석 아동 등의 빅데이터를 통해 아동학대 사전예방 시스템을 마련하고 부모교육을 강화하는 등 아동학대 인식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아동학대 피해 아동 보호 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아동 보호 전문기관을 올해 안에 2-3곳 추가 설치하고 기관 인력도 100여명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확보된 예산 없이 그저 말뿐인 ‘사후약방문’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직접적으로 정부 대책에 따라 아동학대 아동을 조기 발견하고 관리하는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늘리기만 한다고 해결?

국내 아동학대 피해 아동 보호 활동은 경험, 전문성을 갖춘 굿네이버스 등 민간단체가 아동 보호 전문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보호망을 구성하는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많은 상담원들이 신고.접수부터 사례 연구까지 적은 인력으로 격무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상담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동 보호 전문기관은 전국적으로 55곳으로 1곳당 근무하는 상담원의 수는 평균 15명이고, 상담원들은 지역 내 평균 1만8000여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다.

상담원들은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진행한다. 이 결과 분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이를 아동학대 행위자와 분리시켜 시설에 입소시킨다.

또 상담원들은 아동은 물론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 교육, 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학대 징후가 보이지 않더라도 사후 관리를 계속한다.

이러한 일들을 한 기관의 15명의 상담원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24시간 신고시스템으로 교대 근무 없이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격무뿐만 아니다. 상담원들은 학대 행위자들에게 협박 전화를 받기도 하고 행위자들이 아동 보호 전문기관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일들도 많아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

때문에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서 전문성을 쌓아가는 인력들이 16개월(전국 평균 근무기간)남짓한 시간을 버티다 퇴직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굿네이버스 아동관리 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대책에서 구체적인 인력 구축 방안이 빠진 점을 지적하면서 인력 구축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아동학대 방지와 조기발견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무량 자체가 많고 상담원들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기관을 확충하고 인력만 늘린다 한 들 근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관을 그만두는 상담원들의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상담원들에게 무조건 직업적 소명의식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열악한 상황에 내몰린 상담원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격무와 정신적 고통에 어려움을 겪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상담원 격무 줄일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보다 효과적인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은 없을까?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신고.접수 기관과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진행하는 기관을 이분화하는 방법론도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경찰과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직원이 동행 출동을 해야 하지만 기관의 부족한 인력으로 동행 출동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경찰, 아동 보호 전문기관 양쪽에서 신고 접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경찰에 먼저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동행 출동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다. 또 이와 반대일 경우는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원이 경찰에 동행 출동을 의뢰한다.

그러나 경찰 인력만큼 보호 기관의 상담원 인력이 충분치 않아 신고를 받더라도 바로 출동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의 1차 조사내용을 전달받아 아동이나 학대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울러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원의 경우 경찰 동행 없이 현장 조사를 나갈 경우 학대 행위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신고 및 접수, 현장 조사까지는 공적인 기관에서 전담하고, 아동과 행위자 관리, 치료, 예방, 사후 관리 등은 민간 전문기관이 전담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아동 보호 기관의 상담원들도 현장 조사팀과 사례 관리팀으로 나눠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기관을 나눠 진행하는 것이, 상담원들의 격무도 덜고 체계적인 대응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특례법이 시행됐지만 적용은 아동학대 전체 건수의 10%미만에 그친다”며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치료나 교육을 강제할 방법이 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대응에 전문적인 기관으로서의 권한을 확대애햐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 아동학대 근절을 공표하며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이 대책들이 제대로 실행돼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기까지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