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유창선 자유기고가] 이세돌 9단은 1983년 3월 2일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이수호(1998년 작고) 씨는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목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10년간 교편을 잡았다가 비금도로 귀향했다.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이세돌 9단은 거침없는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주었다.

아마 5단의 실력을 가진 아버지 이수호 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3남 2녀의 자녀들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이 9단의 큰형은 신안천일염 감독으로 있는 이상훈 9단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1992년 서울에 올라와 권갑용 바둑도장에서 혹독한 지도를 받기 시작해, 3전 4기 만인 1995년 7월 프로로 입단했다. 지금까지 국제기전을 18회 우승했다. 이 9단은 2000년, 2002년, 2005년, 2006년~2008년, 2010년~2012년에 걸쳐서 최우수 기사상을 수상했다. 2016년 3월 30일 현재 통산 1185승(승률 71%)를 기록 중이다.

비금도에서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우다
비금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에 소재지가 있는 섬이다. 비금도는 기암절벽들이 바다로부터 섬을 감싸고 있고,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의 섬이다. 이세돌 기사의 아버지는 막내아들 이세돌에게 ‘바둑으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뜻으로 ‘세돌(世乭)’이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버지는 아들 세돌에게 한글을 깨우치기도 전에 바둑을 먼저 가르쳤다. 아버지는 아침에 농사일을 나가기 전 아들 세돌에게 대마의 생사가 걸린 사활 문제를 내주었고 저녁마다 점검했다. 바둑을 배운 지 2년 후 이세돌은 아버지와 맞바둑을 둘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누나 이세나 씨는 아버지의 교육방법에 대해 “아버지는 최고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늘 ‘최고가 아니면 꼴찌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비금도에서 세돌에게 바둑을 가르친 아버지의 혜안과 독창적인 지도 방법이 이 9단이 세계적인 기사가 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바둑의 길을 가다
1990년 7월 이붕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우승한 이세돌 기사는 12살 나이에 프로에 입단하였다. 1999년에 3단이 된 이후 이세돌 기사는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3단 시절 이세돌 기사는 ‘질풍노도의 승부사’로 알려졌다. 18세 나이에 이미 다른 기사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수를 보았고 상대가 당하기 싫은 곳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2000년에는 파죽의 32연승을 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들은 승단을 위해서는 따로 연간 10판씩 승단 대국을 해야 했다. 이세돌은 단의 의미가 퇴색하고 권위가 무너진 시대에 승단대회에 참가하는 것의 무의미함과 과도한 대국 수로 기사를 혹사시키는 문제점을 알고 스스로 승단도 포기했다.

이 9단의 스승 권갑용 8단은 어린 제자 이세돌을 떠올리면서 “하수와 두는 것은 별로 안 좋아했다. 당시 일인자 이창호가 놀러 왔을 때, ‘이세돌과 한 판 둬 줘라 부탁했는데, 이세돌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2003년에 보수적인 한국기원이 움직였다. 2003년 1월 일반 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세계대회 우승시 3단 승단, 준우승시 1단 승단하는 제도가 생겨났다. 이세돌 기사는 제16회 후지쓰배 우승으로 입단 8년 만에 9단이 됐다. 2003년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당시 ‘불패’의 상징인 이창호 기사를 처음으로 이기고 우승을 했다.

바둑평론가 L 씨는 이세돌 기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바둑사를 돌이켜 볼 때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펀치력이 좋아야 한다. 계산형보다는 힘바둑을 구사하는 기사가 오래간다. 그런 점에서 이세돌은 롱런의 조건을 충

분히 갖춘 기사다. 또래의 어린 기사들이 이창호 기사의 계산을 흉내 내기 위해 골몰할 때 이세돌은 미련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샌드백만을 두들겼다. 이제 주먹이 충분히 굵어졌고 여기에 정교함이 더해졌다. 그가 강해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고독한 승부사 이세돌 9단의 도전정신이 잘 드러난 알파고와의 대결로 세계의 이목을 이끌었다.

최대 라이벌 구리 9단과 10번기 대결에서 승리하다
2014년 3월 동갑이자 최대 라이벌인 구리 9단과의 10번기가 시작됐다. 2012년 12월 상하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후 이세돌 기사는 “구리 9단이 없었으면 발전도 없었고 지금과 같은 성적을 거두지 못 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기사는 10여 년간 바둑 최고수 자리를 놓고 용호상박의 혈투를 벌였었다. 같은 시기 한국과 중국이 낳은 두 천재기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경기였다. 중국의 기업가 헝캉그룹 니장건 회장이 상금 후원을 하고 계획한 10번기 였다. 한국 중국 양국 바둑팬들은 ‘누가 진정 1인자’인가를 궁금해 왔다. 이 9단이 구리 9단과 종합전적 6승2패로 ‘세기의 10번기’를 우승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이다
이 9단은 구글 딥 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도전을 수락했다. 알파고는 1202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1천 대의 서버를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CPU 한 대당 1초에 1000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거쳐 착점하는 인공지능이다.

이런 알파고에게 이 9단이 3연패를 하자 바둑계 관계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인공지능에게 바둑 최강의 자리를 내줘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 9단은 백을 집어 제4국에서 알파고에게서 불계승을 거두었다. 제4국에서 이 9단의 78번째 수로 바둑은 역전의 흐름을 타게 되었고 승리하게 된 것이다.

이번 경기를 준비한 구글 측 실무자는 “이번 대결을 치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세돌 9단과 같은 세계 최강 기사와 경기하면서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이다. 이번 대국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이것을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지난 3월 30일, 김지석 9단과 맥심배 입신최강전 8강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8회 응씨배 세계바둑 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감각보다 정확한 수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팬들의 격려와 응원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의 눈과 귀가 알파고와 이세돌에게 쏠렸을 때, 그 무게감마저 뛰어 넘어야 했다.

이 9단은 2012년 삼성화재배 우승을 하고 ‘바둑’하면 ‘이세돌’이 떠오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이 꿈이 이루어졌다. 이 9단이 2015년 가을 ‘마흔까지는 정상을 지킬 것’이라고도 했는데 끊임없이 배우며 도전하는 그의 다음 행마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