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슛포러브 월드투어' 캠페인 당시 사진 (사진제공=비카인드)

해외 12개국 26개 도시에 양궁 과녘판이 설치됐다. 과녘에는 화살이 아닌 축구공이 꽂혔다. 10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1점당 1만원씩 기부금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 기부금은 한국의 소아암 환아들에게 전달됐다. 바로 ‘슛포러브 캠페인’이다.

슛포러브는 사회적기업 ‘비카인드’로부터 시작됐다. 비카인드는 2012년 6월 김동준 대표와 최준우 이사가 창업한 소셜벤처기업이다. 이들은 다른 창업자들과 다르게 ‘기부 혁신’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개인의 수익을 위한 창업이 아닌 공익적인 사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니, 특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비카인드의 김동준 대표가 외국 생활을 할 때부터다. 중학생 때부터 유학 생활을 했다는 김 대표는 외국에서 한국과 다른 새로운 문화에 자극을 받았다. 외국에서는 10대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금 행사를 여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10대 청소년들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팔고 그 수익금을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일, 이런 문화는 외국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낯설고 어색한 문화다. 그래서 이때 김 대표는 이러한 기부 문화를 한국에 정착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김 대표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최준우 이사가 힘을 보탰다. 비카인드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에 대해 공동 창업자인 최준우 이사는 “우리나라는 기부 자체가 너무 무겁게 진행된다.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안타까운 모습을 너무 부각시켜서 모금을 진행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부문화도 가볍고 재밌게 접근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비카인드의 '생일모금' (사진=비카인드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게 시작한 비카인드의 기부 혁신의 첫 캠페인은 ‘생일 모금’ 서비스였다.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받는 모금활동이었다. 서비스 이후 연예인들의 참여로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면 이것이 유행이 되고 트렌드가 돼 공식처럼 ‘생일=기부’가 되길 바랐다.

최 이사는 “기부하면 먼저 자선, 봉사 이런 느낌이 있지 않나. 그런 것 말고 그냥 일상적인 행위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러려면 처음에는 관심을 가져야하고 관심이 유지되면 사람들이 기부는 원래 이런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관심이 많이 생겼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기부 이벤트에 대한 인지도는 높인 셈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비카인드의 기부 이벤트는 슛포러브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처음 슛포러브를 시작했을 때에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 이사는 “처음 슛포러브는 패널티킥 방식이었는데 정말 뜬금없는 장소에 팝업 골대를 설치해서 골을 넣는 것이었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당시 연예인들도 참가했지만 그렇게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비카인드 김동준 대표와 최준우 이사는 오히려 슛포러브의 무대를 세계로 넓혔다. “원래 슛포러브를 기획 초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 일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또 나아가서 우주까지 가보자라는 계획이었다.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그것이 ‘슛포러브 월드투어’로 이어진 것이다”

계획의 실행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먼저 슛포러브의 포맷부터 수정했다. 최 이사는 “많은 짐을 가지고 해외를 다닐 수 없었다. 그리고 해외 유명 축구 선수들이 참여하는데 패널티킥 방식은 너무 쉽다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양궁 과녘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슛포러브 월드투어의 서막이 올랐다.

▲2015 '슛포러브 월드투어' 캠페인에 참여한 박지성 선수와 프랭크 램파드 선수 (사진제공=비카인드)

▶인내가 만든 ‘2015, 슛포러브 월드투어’

이어 비카인드는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후원사를 찾아다녔다. “스포츠, 의류, 방송 관련 기업들을 찾아 다녔지만 다 거절당했다. 그러던 와중에 글로벌 게임회사인 '플레이독소프트'를 만나게 됐다. 원래 기부를 하고 싶어하던 차에 비카인드를 알게 됐다며 우리가 찾아가기 전부터 비카인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인연이 돼 해외에서 무리없이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던 비카인드는 캠페인에 참여할 선수들 섭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당시 슛포러브는 참여한 선수가 다음 참여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었고, 유럽에서 활동 중인 여러 선수들이 지목됐다. 지목된 선수들에 캠페인을 소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카인드의 일이었다.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여정에 오른 김동준 대표, 최준우 이사, 그리고 최준렬 사진작가, 이하람 PD 등 4명의 청년들은 주어진 기간 동안 선수들을 만나고 섭외해야 했다. 그러나 외국 선수들을 섭외하는 일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구단 측에 연락해서 공식적인 루트로 선수들을 섭외하는 것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려면 직접 찾아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각을 굳힌 이들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보통 구단 연습장 앞에 가면 선수들이 팬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주니까 선수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찾아갔다. 하지만 선수들과 직접적인 이야기 나눌 수는 없었다. 그래서 구글 검색을 통해 선수의 집이나 자주 가는 곳을 검색해 무작정 찾아갔다” 이렇게 선수들을 만날 수 있을만한 곳에서 이들은 ‘무조건 버티기’에 들어갔다.

실제로 비카인드의 무작정 찾아가 무조건 버티기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최 이사는 이 모든 공을 ‘구글’에 돌렸다. “첼시에서 뛰고 있는 존 테리 선수를 섭외할 때 타블로이드지 부동산 면에 존 테리 선수가 이사했고, 그 집이 얼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확인했다. 그 기사에 위에서 찍은 존 테리 선수 집 사진이 있었다. 그래서 구글맵을 이용해 그 사진의 집과 비슷한 집을 찾았다.(웃음) 일단 찾아가보니 존 테리가 사는 곳이 맞았다. 그래서 무작정 존 테리 선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무작정 찾아가 며칠동안 기다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들의 인내심은 선수들의 섭외로 이어졌다. 물론 캠페인 참여를 거부했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실패는 아니었다. “섭외가 안됐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섭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선수는 섭외가 안됐다고 단정하지 말자고 했다” 이보다 더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슛포러브는 2015년만 하고 끝난 기부 캠페인이 아니다. 2016년 현재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다. 그러니 섭외가 안된게 아니라는 그의 말이 맞았다.

▲2015 '슛포러브 월드투어' 캠페인에 참여한 푸욜 선수 (사진제공=비카인드)

특히 푸욜 선수와의 만남은 극적이었다고 한다. 푸욜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영어선생님과 함께 학원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걸 보고 그들은 영어 학원으로 직행했다. 이번에는 학원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가 시작됐다. 그러다 3-4일을 기다린 끝에 그들은 푸욜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최 이사는 “푸욜이 어떤 선수인가, 홍명보 선수처럼 스페인에서는 전설적인 수비수다. 그런 푸욜이 슬리퍼 차림으로 소탈하게 하고 걸어오고 있었다”라며 당시를 생생하게 그렸다. “그렇게 만난 푸욜에게 슛포러브 캠페인을 소개했다. 그런데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 어렵다고 하더니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푸욜 선수의 참여 이후 놀랍게도 다른 선수들 섭외에도 급물살을 탔다. “푸욜이 참여했다 하니까 솔깃하는 것 같더라. 그게 뭔데?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슛포러브 월드투어는 4명의 청년들의 인내에서 비롯된 땀방울로 완성됐다.

또 이렇게 유럽을 종횡무진한 비카인드는 슛포러브 월드투어를 통해 소중한 인연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 B팀에서 뛰고 있는 백승호 선수와의 인연이다. “백승호 선수가 지목돼서 만나러 갔는데, 백승호 선수가 5-7년 전부터 바르셀로나에 있었는데 축구에 매진하느라 한번도 주변 관광을 못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유명한 가우디성당도 안 가봤다고 했다. 그래서 캠페인이 끝나고 백승호 선수와 가우디성당도 가고 풋살 클럽에서 같이 공도 찼다.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고 했다. 의미있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이런 인연들은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결실이었다.

▲비카인드의 최준우 이사 (사진=양은미 기자)

▶더 많은 이들이 소아암에 관심을 갖는 그날까지

많은 이들이 슛포러브 월드투어 영상을 봤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기부 캠페인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전국 각지에서 자체적으로 슛포러브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렇게 모아진 기부금은 2015년만 해도 1억원이 넘었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사진들을 보내주셔서 개별적으로도 슛포러브 캠페인이 열리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기부금을 모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슛포러브 월드투어 앞으로 보내주셨다. 그런 것들은 굉장히 자극이 됐고, 당초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말했던 것처럼 기부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비카인드의 노력은 결실로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비카인드에서 자체 제작하는 팔찌와 맨투맨 티셔츠 등을 구입하려는 이들도 많아졌고 이로 인한 모금액도 늘어났다.

이렇게 모아진 기부금은 14명의 환아들의 치료비로 쓰였다. 또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선수들이 소아암 환아들에게 남긴 희망의 메시지들도 함께 전달됐다.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소아암이 완치돼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게 됐고, 선수들의 이벤트를 보면서 웃게 됐다. 슛포러브 월드투어를 위한 이들의 노력은 아이들에게 전달됐을 때 진정한 빛을 발했다.

최 이사는 소아암 환아들을 위한 기부금과 관련, 자녀가 소아암을 앓고 있는 경우 부모님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수술비가 아닌 치료비라고 지적했다. 방사선 치료나 화학요법에 쓰이는 비용과 통원 치료비 등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용의 부담으로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들도 많다고 했다. 비카인드의 캠페인이 얼마나 많은 소아암 환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계속해서 그는 “소아 사망률 1위가 사고사다. 그리고 2위가 질병사인데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 하는게 소아암이다. 굉장히 큰 병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소아암 증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고 정보도 많이 없다. 때문에 소아암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내가 이런 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몰라서 방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신다. 그만큼 주변에서 많이 관심을 갖고 정보를 나눠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이사는 자신들의 일에 대해 “저희는 그냥 영상을 찍어서 소아암을 알리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어쩌면 이들의 영상은 소아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사진=슛포러브 월드투어 영상 갈무리

한편,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새로운 미션들을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페인을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접목하는것도 생각하고 있다. 스포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미션들을 진행해보고 싶다. 또 축구는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진행했으니 야구는 루게릭, 농구는 난치병 환자를 위해 모금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 이사는 가능하다면 이번 2016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로 가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과 캠페인을 진행해볼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분들이 기부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만든 공익 컨텐츠 ‘슛포러브’. 이들이 만든 새로운 문화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비카인드에서는 '슛포러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획기적인 이벤트가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 청년들을 믿고, 즐기면 된다. 그들의 말처럼 슛포러브의 다음 주자는 '당신'이기 때문이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