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핀테크는 이름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e)의 결합으로 금융에 IT기술을 접목해 보다 편리한 금융생활을 돕는 서비스다.

▲핀테크란 금융에 I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 핀테크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해 왔으니 핀테크 기술이 전혀 낯설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기술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핀테크다.

최근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지급결제 시스템이 상용화 되면서 더욱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핀테크는 단순히 지급결제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형중 교수에 따르면 핀테크는 금융에 IT를 접목함으로써 그 동안 우리가 누리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핀테크의 범위가 굉장히 넓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교수의 말을 토대로 주변을 둘러본다면,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최근 흔히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모바일 은행인 ‘카카오뱅크’나 ‘K뱅크’, ‘위비뱅크’ 등도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얻어진 결과다.

인터넷 은행은 은행 창구에 방문하지 않고 대출, 적금, 신규 상품 등의 신청 및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보험, 자산관리, 환전, 해외송금 등 그 동안 우리가 은행을 찾아야만 가능했던 많은 서비스들이 손 안에서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내 손안의 세상’이다.

듣기만 해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핀테크 산업의 세계,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놀라운 미래를 꿈꾸며 들뜨게 된다면, 이에 한 몫 더하는 김 교수의 말을 그대로 전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핀테크는 그 윤곽도 드러나지 않았다. 때문에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듣기만 해도 무지개 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하다.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을 역임 중인 김형중 교수를 만나 한국핀테크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핀테크 산업 발전, 제일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우리가 상상하는 핀테크 기술을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 교수는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려면 규제 철폐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정부는 금융개혁 핵심과제 중 하나인 ‘핀테크 육성’을 위해 보안 프로그램 설치의무(2월), 공인인증서 사용의무(3월), 사전 보안성심의(6월) 등 핀테크 육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폐지했다.

이 결과 크라우드 펀딩, 보험상품 비교 정보를 통합 공시하는 포털인 보험다모아 출시, 간편결제서비스, 간편송금, 비대면 계좌개설 허용, 계좌이동서비스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핀테크 산업 발전은 정부의 규제 철폐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핀테크의 발전만 바라보고 무턱대고 규제를 풀 수는 없는 일이다.

김 교수는 “금융기관은 금융기관으로서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고, 정부는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관리감독 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붕괴는 국가 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의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정부가 신규 서비스를 실시했을 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점을 미리 예측하고 관련 규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볼 만한 기술적 준비가 안 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서비스를 하되 정부에서 만든 규제 틀 안에서 하는 상황이라서 서비스 시행을 위해 투자를 해도 규제의 칼을 드는 순간 사업을 다 접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먼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굉장한 딜레마에 빠진다. 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중에 정부에서 규제를 만드는 방법과, 상상력을 발휘해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규제의 틀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좀 더 과감해지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핀테크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적으로 확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서서히 기존 틀을 많이 바꾸지 않으면서 변화시키는 작업. 그 중 하나가 지난해 예비인가 된 바 있던 인터넷은행의 시범운영”이라고 말했다.

▲김형중 교수가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한국핀테크학회의 지난 2월 San Jose State University에서 열린 핀테크국제학술대회 참가 모습(김형중 교수는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하고 있다.)

▶핀테크는 어떻게 발전될까?

핀테크 주도 기술은 금융보다는 IT다. 금융소비자들이 만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서비스를 만드는데 IT기술이 사용된다. 때문에 핀테크는 금융보다는 IT기술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의 발전과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금융데이터’다. 김 교수는 “금융기관은 고객들의 금융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정한다. 핀테크 기술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실제 개인의 신용등급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만약 A라는 사람이 LTV의 제약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고, 평소 은행거래가 없어 신용등급이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평소의 카드 사용 내역이나 SNS 등을 통해 확보한 일상 정보들로부터 A의 신용등급을 비교적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핀테크 기술의 발전은 금융데이터 분석을 한 단계 발전시키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데이터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금융데이터를 활용할 길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금융데이터 분석을 이용하려면, 개인정보 공유 채널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산업혁명 때 영국은 적기조례라는 터무니없는 규제를 만들어 정작 자동차를 만들어 놓고 자동차산업에서 뒤쳐졌다. 우리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회에 쏟아 붓고 있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개인정보를 잘 활용하는 길”이라며 “개인정보를 활용하되 프라이버시는 지켜지도록 하는 적절한 절충점을 찾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공익목적을 위해서 어디까지 정보 공개를 허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는 공유할 때 가치가 있고 사장되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개인정보와 관련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핀테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 동안 불편했던 것을 핀테크가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렇다. 핀테크는 굉장히 혁신적이다.

그러나 핀테크 기술은 한국에서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이라는 김 교수의 말대로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을 한국에서 실현하고, 나아가서 한국이 IT강국으로 글로벌한 핀테크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에 직면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핀테크 기술의 흐름을 짚어보면, 핀테크는 기술 그 자체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이해가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한 때 불어 닥치는 열풍처럼 핀테크를 받아 들이기 보다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